낸드플래시 치고나간 美 마이크론
높게 쌓을수록 용량·효율 높아져
기술력 과시하며 고객 선점 나서
'적층 원조' K반도체, 위기감 팽배
128단까지 주도…176단은 내년 공개
낸드, 2~6위 점유율차 7%P 불과
"이제 기술 격차 사라지나" 우려도
낸드플래시 업계 6위인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공개했다. 업계에선 “언더독(우승 가능성이 낮은 팀)의 반란”이란 평가가 나온다. 선두 업체가 한 발 앞서 신기술을 내놓는 전례가 깨졌기 때문이다.
적층경쟁 치고 나가는 마이크론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176단 낸드플래시 양산품을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176단은 데이터 저장 공간인 ‘셀’을 수직으로 176층으로 쌓았다는 의미다. 마이크론의 선전포고로 반도체 업체들의 ‘적층’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층은 용량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수율(전체 생산품에서 양품의 비율)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분야 기술력의 척도로 꼽힌다. 단수가 높을수록 같은 면적에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 건설사가 건물을 고층으로 올릴수록 더 많은 사무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마이크론 측은 “176단 제품의 면적은 기존 주력 제품인 96단 낸드플래시보다 30% 줄었고, 데이터 처리(읽기·쓰기) 속도는 35% 이상 향상됐다”고 강조했다.
128단까진 삼성 SK하이닉스가 주도
적층 경쟁의 진원자는 삼성전자다. 원래 셀은 단층으로 배열됐지만 삼성전자가 2013년 처음으로 24단 3D 낸드를 공개하면서 적층이 일반화됐다. 미세공정 진전에 따른 셀 간 간섭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 때문에 업계의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여기에 최근 데이터 처리 규모가 커지면서 적층 단수가 높은 ‘고용량’ 낸드 수요가 늘고 있다.
128단 낸드 개발·양산 레이스까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들이 치고 나갔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128단 4D 낸드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4D 낸드는 셀 작동을 관장하는 주변부 회로인 ‘페리’를 셀 아래에 배치해 공간 효율을 높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8월 “세계 최초로 ‘6세대 V낸드’를 기반으로 한 기업용 PC SSD(데이터저장장치)를 양산해 글로벌 PC 업체에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6세대 제품을 SK하이닉스와 동일한 128단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낸드플래시 세계 6위 마이크론이 176단으로 치고 나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발걸음도 빨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7세대 V낸드’라고 부르는 170단 이상 제품을 내년 상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마이크론보다 양산 시점이 늦어진 건 적층 공법을 바꿨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역시 176단 4D 낸드를 내년 상반기께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따라잡혔다” 우려도 커져
향후 낸드플래시 업체 간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강 체제’가 확고한 D램 시장과 다르다. 2위부터 6위까지 다섯 개 업체의 점유율 격차가 최대 7.1%포인트에 불과하다. 중국 YMTC 등 후발 업체들도 “올해 안에 ‘128단 낸드’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할 만큼 주도권 싸움이 뜨겁다.
시장을 주도했던 한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해외 업체에 따라잡혔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수율을 함께 고려해야겠지만 적층 단수만 놓고 보면 마이크론 기술력이 삼성전자를 앞질렀거나 최소한 대등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반도체 전문 인력 육성 등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LG전자가 내년 미니 LED(발광다이오드) TV 시장을 놓고 격돌할 전망이다. 이 제품은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BLU)에 소형 LED 칩을 기존 제품보다 촘촘하게 박아 밝기와 명암비를 높인 게 특징이다. 하지만 미니 LED TV를 바라보는 시선엔 업체별로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QLED TV보다 한 등급 높다고 보는 반면 LG전자는 올레드(OLED) TV보다 급이 낮다고 평가한다.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미니 LED TV를 출시하고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23일 기자들과 만나 “미니 LED TV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해 많이 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시제품을 선보인 LG전자 역시 내년 미니 LED TV 마케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미니 LED TV와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TV의 차이는 BLU에 내장돼 빛을 내는 LED 칩의 크기와 개수다. 일반 TV BLU엔 50~60개 정도의 LED 칩이 들어간다. 미니 LED TV(65인치 초고화질 기준)에는 100~200㎛ 크기의 LED 칩 1만2000~1만5000개가 촘촘하게 박힌다. LED 칩이 많이 들어간 만큼 화면 휘도(밝기)를 높이고 더 세밀하게 빛을 제어할 수 있다.TV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미니 LED TV 가격을 LG전자 올레드 TV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미니 LED TV가 LCD TV의 단점을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올레드 TV와 직접 비교하는 건 합당치 않다고 강조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미니 LED TV는 올레드 TV처럼 미세한 화소 하나하나를 제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삼성전자는 내년 미니 LED TV와 함께 110인치 마이크로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미니 LED 칩보다 더 작은 LED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동시에 색도 표현한다. 올레드 TV와 마찬가지로 BLU가 없어 얇게 만들 수 있다.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삼성전자가 신시장을 개척하고 글로벌 경쟁자로부터 ‘왕좌’를 빼앗는 순간 시장은 극적으로 반응했다.삼성전자 시가총액(보통주 종가 기준)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6년 1월 4일이다. 2006년 선보인 보르도 LCD TV는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가 세계 TV 시장 1위를 달성하는 디딤돌이 됐다.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에 공급됐다. 휴대폰 시장의 주도권을 애플이 가져가는 듯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반격에 나섰다. 2011년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기업이 됐고, 2012년에는 그 격차를 벌렸다. 2012년 4월 삼성전자 시총은 200조원을 돌파했다. 일반 휴대폰 시장의 지배자였던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을 접어야 했다.D램 치킨게임이 마무리된 것도 이 시기다. 2009년 독일 키몬다가 파산하고, 2012년 일본 엘피다가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되면서 글로벌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강 체제로 개편됐다.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반도체 슈퍼호황’을 만난다. PC와 모바일 고객만 있었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큰손’이 등장했다. 구글 아마존 같은 서버 업체들이었다. 시장에서는 2016~2017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랠리’가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2017년 4월 시총 300조원을 돌파했다.삼성전자는 2018년 58조886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7조1419억원이다.그럼에도 삼성전자 시총은 400조원을 넘어섰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5G 통신장비 부문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압도적인 2위’ 자리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대만 TSMC를, 5G 통신장비 부문에서는 중국 화웨이를 제치는 것이 목표다. 이미 5G 통신장비 분야에서는 기존의 주류였던 노키아와 에릭슨을 앞서고 있다.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업계 2위인데도 이만한 주가를 인정받았다면 업계 1위로 올라가는 순간 더 큰 사이클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주가가 26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공포로 지난 3월 19일 1457.64(종가)로 떨어졌던 주가는 8개월 만에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우는 반전을 이뤄냈다. 급락장에서는 동학개미가 주가를 떠받쳤고, 코로나 백신 개발 기대가 커지자 돌아온 외국인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위기에 강한 한국 기업들은 잇달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외국인 투자자를 불러들였다.코스피지수는 23일 1.92% 오른 2602.59에 거래를 마쳤다. 2018년 1월 29일 세운 종가 기준 역대 최고 기록(2598.19)을 넘어섰다. 같은 날 기록했던 장중 최고치(2607.10)는 넘어서지 못했다.이날 코스피지수 ‘레벨업’의 주역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4.33% 오른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사상 최고치를 또 한번 갈아치웠다. 시가총액(우선주 제외)은 402조9603억원에 달했다. 시총 2위 SK하이닉스도 3.31% 오른 10만원을 기록했다.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원 가까운 순매수를 기록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13일 연속 순매수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7조8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달에만 6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백신 개발로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면 신흥국 중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에 주식을 매수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외에도 철강 조선 등 경기민감주가 빠르게 반등한 이유다. 이들 종목은 코로나19 폭락 이후 국내 증시를 이끈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에 이어 주도주 자리를 차지했다.주가 상승의 촉매인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몬세프 슬라위 미국 백악관 백신개발 최고책임자는 22일(현지시간) “이르면 다음달 11일 백신 접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 3000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