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태 주요국 끌어들이며
美 압박 속 돌파구 마련 '화색'

美, TPP 복귀로 '맞불' 가능성
한국도 가입 압력 거세질 듯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된 이후 가장 큰 기대를 나타낸 국가는 중국이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RCEP 협상 타결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승리”라며 “충돌 대신 협력으로 세계 경제 회복에 공헌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도 “코로나19 피해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되는 데 RCEP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은 이번 RCEP 타결에 많은 힘을 기울여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과 대립을 계속해온 중국이 아시아에서 고립을 피하기 위해 RCEP 관련 협상에서 많은 양보를 했다”고 분석했을 정도다. 미국의 정권교체 이후에도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RCEP으로 버팀목을 마련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RCEP 협상 과정에서 참가국은 미묘한 역학 관계를 보여왔다. 지난해 11월 인도의 RCEP 탈퇴 결정에서 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인도는 중국산 공산품 수입 확대 가능성과 함께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강화를 우려해 RCEP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인도는 같은 이유로 2012년 협상 초기부터 협상에 미온적으로 임해왔다. 인도의 탈퇴로 RCEP 협상이 속도를 내며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타결에 이를 수 있었다.

이번 RCEP 타결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부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주도의 RCEP에 맞서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아시아와 미주 국가가 참여하는 TPP 타결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돌아서면서 미국은 TPP에서 탈퇴했다. 이후 TPP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라는 이름으로 일본과 호주, 멕시코 등 11개국에서 2018년 말부터 시행되고 있다.

미국은 RCEP 타결에 따른 중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TPP 복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윌리엄 라인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은 “RCEP이 해당 지역의 구도를 중국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는지는 미국의 대응에 달렸다”며 “조 바이든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복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면 추는 다시 미국으로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미국이 복귀 결정을 내리면 한국 역시 CPTPP 가입 여부를 정해야 한다. 한국은 CPTPP 회원국과도 대부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어 가입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은 데다 CPTPP를 주도하는 일본과의 관계 악화로 2018년 이후 관련 논의가 전무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대에도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에 한국이 중국이 주도하는 RCEP 가입을 확정지은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으로서는 어떤 형태의 통상 선진화 협정이든 기본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옳다는 대전제하에 CPTPP 참여의 실익을 분석하고 있다”며 “미국의 복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이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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