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2일 그룹 전반을 쇄신하는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지주회사 대표에 50대 초반 인사를 임명하고, 핵심 보직에 1970년생을 대거 발탁했다.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실적 부진에 세대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또 회장 직속으로 ‘이노베이션센터’를 신설하며 혁신 상품 개발도 예고했다.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위기 타개책은 혁신 상품

절치부심 아모레…70년대생 임원 전진배치
“독보적 브랜드 지위를 구축하려면 혁신 상품이 핵심이다. 남들과 확연히 다른, 가슴을 설레게 하는 혁신 상품을 선보여야 한다.”

올초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위기 타개책으로 혁신 상품을 내세웠다. 내년 초 이노베이션센터 및 SCM(생산물류) 생산기술 디비전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노베이션센터장엔 설화수 등 럭셔리 브랜드를 담당했던 강병영 전무를 내정했다. 회사를 대표하는 브랜드인 설화수 헤라 아모레퍼시픽 등 럭셔리 브랜드를 중심으로 혁신 상품 개발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절치부심 아모레…70년대생 임원 전진배치
아모레퍼시픽그룹 대표이사(부사장)엔 그룹 인사조직 실장 겸 아모레퍼시픽 인사조직 유닛장인 김승환 전무(51·사진)를 내정했다. 현 배동현 대표(65)보다 14세 젊다. 서 회장과 각자 대표이사를 맡게 된 김 신임 대표는 2006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해 경영전략팀장, 아모레퍼시픽그룹 전략기획 디비전장, 그룹 인사조직 실장 등을 거친 ‘전략통’이다.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R&D 유닛장은 박영호 상무(52)가 전무로 승진하며 임명됐다.

화장품 부문 주요 브랜드 책임자에는 1970년대생을 대거 발탁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브랜드 유닛장에는 정혜진 전무(45), 설화수 브랜드 유닛장에는 임중식 상무(49)가 내정됐다. 중국 사업을 책임지는 (주)아모레퍼시픽 중국 RHQ 부GM실장은 황영민 상무(47)가 맡는다. 이번 인사개편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70년대생 대거 발탁 ‘세대 교체’

아모레퍼시픽 실적은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 6조697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6조2842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3분기까지 누적 매출 3조6687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조828억원에서 지난해 498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올해는 더 안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브랜드팀 운영 방식도 바꾸기로 했다. 기존에 마케팅 위주로 운영되던 각 브랜드팀 안에 영업전략팀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디지털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내년부터 SCM 유닛 안에 SCM 생산기술 디비전을 신설하고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키로 했다. 올초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을 아모레퍼시픽그룹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디지털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