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주요 회계법인의 매출은 큰 폭으로 뛰고 있다. 감사보수 상승은 물론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한 컨설팅 수입이 대폭 늘었다.

12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2019 회계연도 국내 회계법인의 전체 매출은 총 3조9226억원으로 지난해(3조4663억원)보다 13.2%(4563억원) 증가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전년보다 717억원 늘어난 6848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삼정KPMG회계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561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8% 늘어났다.

중견 회계법인들의 매출은 더 가파르게 증가했다. 매출 기준 5위인 삼덕회계법인은 지난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난 1192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겼다. 회계감사 매출과 경영자문 매출이 각각 31%와 41% 증가한 덕분이다.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강화되면서 4대 회계법인이 맡을 수 없는 각종 컨설팅 용역이 이 회사로 대거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회계법인도 작년 매출이 883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0% 가까이 늘었다.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의 처우도 좋아졌다. 회계법인의 5년차 회계사의 수당 등을 합한 평균 연봉은 1억원 수준으로 올랐다. 과거에는 7년차 정도 돼야 받던 연봉이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기본급을 올리고 시간외 수당 지급을 늘리자 중견·중소 회계법인들도 인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경쟁을 벌인 결과다. 과거 높은 업무강도에 지쳐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 및 공기업 등으로 줄줄이 둥지를 옮기던 회계사들의 모습도 요즘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신외감법 시행과 비슷한 시기에 주 52시간 근로제까지 도입되면서 주니어 회계사들의 퇴사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고 전했다.

회계법인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회계사도 늘고 있다. 회계법인에 소속된 회계사 수는 신외감법 도입 이전엔 연평균 400명가량 순증했지만 2018년 이후 올해까지는 연평균 800명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미리 인력을 확보한 4대 회계법인이 올해 일제히 채용 규모를 줄였음에도 일감이 늘어난 중견·중소 회계법인들은 최근까지 회계사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