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모든 금융 계열사가 ‘탈(脫)석탄’을 선언하고, 석탄 발전과 관련한 추가 투자를 완전히 중단하기로 했다. 석탄 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도 매입하지 않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경영이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권도 친환경 등의 글로벌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탄 관련한 일체의 투자 중단”

삼성 금융사들 "脫석탄…ESG 경영 동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그룹 금융회사들은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석탄 발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2018년부터 지분 투자와 대출을 중단했다”며 “앞으로는 석탄 발전소 건설비를 조달하기 위한 채권에도 투자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석탄 발전 사업에 대한 자금 융통뿐만 아니라 발전소 신규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 보장 부분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7월 호주의 석탄 수출용 항만 터미널 개발 사업에 투자를 중단하면서 탈석탄 의지를 명확히 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석탄의 채굴 및 운송은 물론 석탄 발전소 건설 관련 회사에 투자를 금지했다.

삼성 금융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탈석탄을 추진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관련 자산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ESG 경영 추진전략’을 마련해 다음달 이사회에 보고한 뒤 강력하게 시행할 계획이다.

‘친환경 금융’ 성장 기대 반영

삼성 금융사의 탈석탄 선언은 그룹 전체의 ESG 경영과 맞물려 있다. ESG 경영은 재무성과 이외에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활동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발표에서 EGS 투자 확대에 따른 지속가능 경영을 강조하고, 삼성물산이 이사회에서 ESG 경영 선도기업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 금융사들이 탈석탄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친환경 금융’ 시장이 세계적으로 급성장할 것이란 기대도 반영됐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당선인은 “앞으로 10년 동안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해 1조7000억달러(약 2000조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 동력이 사라진 석탄 관련 금융에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삼성 금융사들이 석탄 발전과 관련해 투자한 자금은 2조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친환경 분야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느냐가 금융산업의 수익성을 좌우할 시기가 올 것”이라며 “KB금융과 DB손해보험 등이 이미 탈석탄을 선언하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