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이 바뀌면 수명이 바뀐다
‘잠이 보약’이란 말이 있다. 잠 부족이 사고력과 판단력 장애를 불러올 뿐 아니라 비만, 당뇨, 고혈압, 우울증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이만하면 수면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면 또한 시간보다 질이 중요하다. 수면은 몸이 휴식하는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과 뇌가 휴식하는 비렘수면으로 나뉜다. 렘수면은 자는 동안 눈꺼풀 밑으로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다. 근육은 이완되지만 뇌는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때 뇌에 축적된 정보를 정리하고 낮 동안 수집한 단기 정보를 저장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비렘수면은 뇌도 활동을 줄이며 깊은 휴식을 취하는 단계다. 수면의 질을 높이려면 잠든 뒤 처음으로 찾아오는 비렘수면을 제대로 취해야 한다. 잠자리에 들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어야 푹 잤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정한 온도 습도 유지가 관건

수면이 바뀌면 수명이 바뀐다
숙면을 위한 침실의 최적 조건이 있다. 잠자리에 들 때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온·습도, 밝기 등 숙면을 위한 조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2003년 설립돼 수면연구를 해온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는 섭씨 20도 전후의 침실 온도를 추천한다. 깊은 잠에 들기 위해선 피부체온이 아닌, 신체 깊은 곳의 심부체온이 1도 정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침실은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해도 좋지 않다. 습도는 겨울철에는 약 40%, 여름철에는 약 60%가 이상적이다.

특히 몸에 직접 닿는 침구 속 온도와 습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침상 내 온도를 체온보다 조금 낮은 섭씨 33도 전후로 할 때 쾌적하게 잠을 잘 수 있다. 사람이 침상에 들어가면 신체에서 발산하는 열 때문에 침상 내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발열과 발산이 균형을 유지하면서 침상 내 온도를 33도 전후로 보존하는 침구를 고르는 게 좋다.

습도는 침구의 흡습과 통기 기능을 통해 45~55%를 유지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기온이 낮아지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체온을 일정하게 지켜주고, 찬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몸을 착 감아주며, 뒤척일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가벼운 이불을 추천한다. 소재별로는 거위나 오리 털, 양모, 명주가 이에 해당한다.

내 몸에 딱 맞는 매트리스

나에게 맞는 매트리스를 고르는 것도 숙면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매트리스는 잠을 잘 때도 척추의 S자형 굴곡을 유지한, 바른 자세를 지켜주는 제품이 좋다. 잘 때 자세가 나쁘면 허리나 어깨가 아프고, 자주 뒤척이기 때문에 숙면을 방해한다.

인체 부위별로는 엉덩이, 가슴, 팔다리, 머리 순으로 무겁다. 매트리스가 너무 부드러우면 무거운 부분은 가라앉고 가벼운 부분은 뜨기 때문에 몸이 W자가 돼 편안하게 자기 힘들다. 너무 딱딱한 매트리스는 체중이 일부에 몰리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몸의 부위에 따라 적절하게 체압을 분산시키면서도 잘 받쳐주는 매트리스가 이상적이다.

수면이 바뀌면 수명이 바뀐다
맞춤옷처럼 내 체형에 맞는 매트리스를 고르는 걸 도와주는 서비스도 있다. 1992년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한 에이스침대는 고객들을 찾아가는 이동수면공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체압분포 측정기, 척추형상 측정기, 자동 체압조절 매트리스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소비자가 침대에 누웠을 때 척추 형상과 체압 분포, 수면상태 등을 3차원으로 측정한 뒤 그 결과를 분석해 개인에게 적합한 침대를 추천해준다. 한국 시몬스의 수면연구R&D센터는 총 33개의 온도 센서를 장착한 3억5000만원짜리 서멀마네킹으로 변화하는 침실 환경에 따른 인체 부위별 체온 변화를 측정하는 인공기후실을 갖추고 있다. 또 감성과학 분석실, 사용자의 수면상태 분석실 등을 이용해 숙면의 비밀을 캐고 있다.

침실을 어둡게 유지해야 잠자기에 편하다.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어두워지면 분비량이 늘어나는데 잘 시간에 밝은 빛을 쬐면 분비가 억제돼 잠들기 어렵다. 잠들기 두 시간 전부터 조명을 어둡게 유지해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게 좋다. 간접 조명을 사용해 은은하고 따뜻한 불빛이 침실을 채우도록 해보자. 분위기 조성 후 잠을 잘 때는 깜깜하게 유지하는 게 최상이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은 숙면의 최대 방해 요소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