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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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가 이달에만 2조원어치가 넘는 한국 주식을 사들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으로 복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당선 기대감에 한국 경제의 빠른 회복세가 부각된 영향이다. 복귀하는 외국인 자금을 바탕으로 주가가 2500선을 뚫고, 원·달러 환율은 1100원 선 밑으로 떨어질(원화 가치 강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2조원어치 주식 매입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10일 누적으로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2조4792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월간 기준으로 보면 순매수 규모가 지난 2019년 1월(4조500억원) 후 가장 큰 것은 물론 지난 7월(1조790억원 순매수) 후 넉 달 만에 순매수 전환이 유력하다.
바이든 당선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투자심리가 살아난 결과다. 바이든 후보가 2조달러가 웃도는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반면 원화 가치가 뛸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환차익을 노리고 한국 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몰린다는 평가도 있다. 바이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달러를 풀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질 여지가 높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교수는 최근 기고문에서 미 재정적자와 미 경상수지 적자 등 이른바 '쌍둥이 적자' 심화로 내년 말까지 달러 가치가 35%가량 폭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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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당선으로 세계 교역량이 불어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외국인 복귀의 배경으로 꼽힌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훼손한 국제교역 질서를 복원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바이든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할 것이고 외교 정책을 복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바이든 당선으로 한국 수출 증가율이 기존 전망보다 0.6∼2.2%포인트, 한국 경제성장률은 0.1~0.4%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봤다.

환율, 1100원 선 깨질까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한국의 경제가 부각된 점도 외국인의 주목을 끌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곳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을 것으로 집계됐다. 올 3분기부터 수출 지표가 빠르게 개선되는 만큼 올해 성장률은 IMF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1%대 초반을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 9일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동선 추적과 방역관리 등 한국에서 배울점이 많다"며 "블랙스톤은 투자 실적이 우수한 한국에서의 투자처를 꾸준히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도 긍정적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 나온다. 주가가 2500선을 웃돌고, 환율은 1100원 선을 깨고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치인 2014년 7월 3일(1008원50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14년에는 한국 경제성장률이 3.2%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가 달아오르자 원화도 강세를 보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