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그룹은 내달 초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일단 전면적인 쇄신보다는 안정을 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도 ‘선방’한 기업들이 많고,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전쟁 중엔 장수 안 바꾼다"…소폭 보강인사에 무게
매년 12월 초 인사를 단행한 삼성은 인사 시기가 유동적이다. 이건희 회장이 타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에 매여 있는 상황요인 때문이다. 인사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경영진 대다수가 2018년 이 부회장이 직접 뽑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최소한의 인사를 하고, 내년에 큰 변화를 줄 것이란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와 LG도 소폭 인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매년 12월 첫째주 목요일 인사를 실시했다. 올해는 현재 진행 중인 굵직한 이슈가 많아 ‘장수’를 교체하긴 쉽지 않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를 마무리해야 하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배터리 분쟁이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임기가 4년이 지난 CEO(최고경영자)들도 최태원 회장의 신임이 두터워 교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SK는 이번 인사에 기존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적 가치 성과까지 반영하기로 했다.

LG는 내년이면 구광모 회장 취임 3년째를 맞는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화학이 석유화학,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LG전자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루는 등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쇄신보다는 ‘승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와 롯데그룹에서는 비교적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회장의 취임 첫 인사인 만큼 예년 대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 승진 이후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롯데는 계열사 전반이 동반 실적부진에 빠져 작년에 이어 또 한번 대대적인 쇄신 인사에 무게가 실린다. 그룹의 핵심경영진인 부회장급 4개 비즈니스유닛(BU)장 중 강희태 유통BU장, 이영호 식품BU장, 김교현 화학BU장 등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안재광/박동휘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