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이 전자상거래업에 본격 뛰어든 이유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제일기획이 전자상거래업에 본격 뛰어든 이유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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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정보기술) 컨설팅 회사인 엑센츄어는 광고업계에서도 ‘큰손’이다. 광고 자회사인 엑센츄어 인터랙티브의 지난해 매출은 103억달러(약 11조원)에 달해 전체 광고업체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엑센츄어의 변신을 가능케 한 건 데이터와 테크(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마케팅이다.

디지털 마케팅은 요즘 광고업계의 생존 ‘키워드’다. 제일기획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겟트(GETTT)를 9일 출범한 것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패션, IT 기기 플랫폼에 소비자들이 모이면 여기에서 쌓이는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주들에게 맞춤형 마케팅을 할 수 있다는 게 제일기획의 전략이다.

‘체험 기반 라이프스타일 전자상거래 플랫폼’. 제일기획이 설명하는 겟트의 콘셉트다. 단순히 구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체험을 중요시한다는 의미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겟트는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대여(렌탈) 서비스를 추가한 신개념 전자상거래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렌탈 서비스를 이용하면 겟트에 입점해 있는 의류, 인테리어, 뷰티 용품, IT 제품 등 50여개사 950여개 품목의 상품들을 1주일간 사용해 볼 수 있다. 쓰다가 마음에 들면 할인된 가격에 곧바로 구매도 가능하다. 렌탈 횟수가 잦을수록 할인폭도 크다.

제일기획은 ‘렌탈’이라는 전에 없던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로서도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많은 소비자들이 ‘한번 써보고 구매할 수는 없을까’, ‘나한테 어울리는 스타일일까’ 등을 온라인으로 쇼핑할 때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중소형 콘텐츠 업체들도 주요 타깃 고객이다. 다양한 의상이나 소품을 저렴하게 빌리고 싶어하는 제작자들의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제일기획은 작년 말 ‘제삼기획’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선보이며 전자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광고인들이 만든 생활밀착 신문물 상점’이라는 콘셉트로 매달 이색 상품을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2월엔 사업목적에 전자상거래업, 중고판매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가했다.
제삼기획이 일종의 테스트 차원이었다면 겟트는 제일기획이 디지털 마케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는 본격적인 행보다. 국내 광고 시장에서 디지털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7.5%에서 올해 44.5%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일기획도 올 9월말까지의 실적 기준으로 디지털 사업 비중이 43%에 달했다.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광고주들은 효율적인 비용으로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광고회사를 더욱 선호하고 있다”며 “광고회사들은 데이터와 테크 경쟁력을 강화해 컨설팅 기반의 마케팅 솔루션 회사로 변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글로벌 광고 대행사 순위에서 엑센츄어 인터랙티브(4위)를 비롯해 딜로이트디지털(7위), PwC디지털서비스(8위), IBM iX(9위) 등 비전통 광고회사들이 톱10 안에 입성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2011년에만 해도 이들의 순위는 50위권 밖(IBM iX는 19위)이었다. 엑센츄어는 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올해에만 16억달러(약 1조7800억원)의 투자 예산을 잡아놨을 정도다. 글로벌 광고 대행사 1위인 WPP도 딜로이트디지털의 CEO를 영입하는 등 디지털 마케팅 강화에 혈안이다.

제일기획이 겟트를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표도 궁극적으로는 디지털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겟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빌리고, 구매하는 데이터들을 꾸준히 축적함으로써 광고주를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험형 서비스를 강화하게 위해 겟트는 매주 선별된 브랜드들의 신제품과 추천 상품을 일정 기간 무료로 써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했다. 첫 번째 상품은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미니90’이 선정됐다.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집에서 입어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겟트에서 7만원 이상 결재시 발급되는 바우처를 이용하면 의류를 집에서 입어보고 바로 구매하거나 무료 반품할 수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