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환율이 1년10개월 만에 1110원 선으로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꺼내면 달러 약세가 이어져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은 물론 105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론 1000원 아래로 하락하는 ‘원화 초강세’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에 비해 6원50전 내린 달러당 1113원90전에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는 2019년 1월 31일(1112원70전)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최고점인 지난 3월 19일(1285원70전)과 비교해서는 171원80전이나 떨어졌다.

바이든 당선인이 2조달러를 웃도는 경기 부양책을 꺼내들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0.03% 하락한 92.1에 거래 중이다.

한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미국과 유럽보다 빨라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국가 재정이 탄탄한 데다 코로나19 방역에도 성공한 한국을 가장 좋은 투자처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원화가 중국 위안화 강세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란 분석도 환율 내림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가 훼손한 국제 교역 질서를 복원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나은행과 일부 투자은행(IB)은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내년 환율이 105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환율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최저치인 2014년 7월 3일(1008원50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