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 전망’을 주제로 8일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한국의 그린뉴딜 관련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친환경산업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다만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도를 높이면서 세계 경제가 단기적으로 위축될 수 있고, 개별 기업을 상대로 한 반덤핑 제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태호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바이든의 청정에너지 투자 및 인프라 조성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궤를 같이한다”며 “한국의 전기차와 수소차, 태양광 등 업종의 기업이 협력을 통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동 제한 등의 조치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 경우 세계 경기 회복세가 내년 1분기까지는 주춤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다만 “장기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다자 무역 질서가 복원되면서 성장률은 오를 것”이라고 봤다.

이동근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미국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대통령과 상원이 엇박자를 내면서 경기부양책의 강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별 기업이 직면하는 통상 환경은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예상도 많았다. 김 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기업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관세를 이용했지만, 바이든은 반덤핑 제소 등 개별 기업에 대한 무역구제조치를 늘리는 방식을 쓸 것”이라며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직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무역구제조치를 자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의 환경 및 노동 규제 강화도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는 한국 대기업이 개별 기업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기업의 대(對)중국 수출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바이든 역시 해외 기업들의 미국 현지 생산을 강조하는 입장인 만큼 기업들도 생산기지 현지화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한국의 일자리는 다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