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부자가 10년 전의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자산가의 포트폴리오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계속 강세를 보이면서 자산가들 사이에서 ‘부동산 불패 신화’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한국 부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을 넘는 개인은 2019년 말 35만4000명으로 2018년(32만3000명)보다 9.6% 증가했다. 10년 전인 2010년(16만 명)의 2.2배 규모다.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KB금융 고객 4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올해 부자들의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6.6%였다. 이 비중은 2016년 51.4%에서 △2017년 52.2% △2018년 53.3% △2019년 53.7% 등 5년 연속 증가했다.

반면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3.6%에서 38.6%로 5.0%포인트 낮아졌다. 연구소는 “부자들의 자산 중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26.1%로 지난해(19.7%)에 비해 1년 새 6.4%포인트 높아졌다”며 “2010년대 중반부터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강세로 전환되면서 부자들의 보유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부자들의 ‘부동산 선호 현상’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 10명 중 8명(80.0%)이 거주 중인 주택 외에 다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는 10명 중 6명(60.1%)이 빌딩,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50억원 미만 자산가는 4명 중 1명(24.7%)만이 상업용 부동산을 보유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