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어부(勝於父). 28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영결식에서 50년 지기인 김필규 전 KPK 회장이 꺼낸 말이다.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의미를 담은 말로, ‘효도’를 논할 때 자주 거론된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영결식에서 고인과 쌓은 추억을 털어놓으며 얘기를 시작했다. 어린 시절 이 회장의 비범함 및 새로운 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몰두하는 모습, 아버지인 이병철 선대회장에게 반도체산업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화를 하나둘씩 꺼냈다.

이 회장이 일본 도쿄 유학 시절 지낸 2층 방에 대한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장의 고교 은사 한우택 선생님이 전축, 라디오, TV 등의 전자제품으로 가득찬 이 회장 방을 방문했던 일화 등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이 회장이 효도의 첫걸음인 승어부를 실현했다”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 회장보다 승어부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친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뤘듯이 이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재용 부회장이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