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 타계를 계기로 ‘징벌적 상속세’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를 없애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정치권에서도 가업승계를 어렵게 하는 상속세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로 인해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기업의 경영 안정이 위협받고 자본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고 27일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경총이 관련 세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는데 이번 기회에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가업상속공제제도 확대부터 세율 인하까지 상속세 전반에 대한 제도 개편을 추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26일 게시돼 이틀밖에 안 됐지만 27일 오후 11시 기준 약 1만10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세금 다 내 가면서 번 돈인데 막대한 세금을 또 내라고 한다”며 “어떤 나라가 세금을 두 번이나 떼어가냐”고 했다.

윤영선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상속세는 본질적으로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세계 각국이 상속세 경감, 상속세의 자본이득세 전환 등을 통해 이중과세 논란을 최소화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상속세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와 비교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상속세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부의 대물림 차단뿐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삼성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민준/조미현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