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산에 부과될 것으로 관측되는, 11조원대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두고 일반 국민이 감면을 요청하고 나섰다. 기업인이 노력으로 일군 재산을 국가가 과도하게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과거 재벌들의 축재를 부정한 것으로 보던 시각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재산 가치를 높였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 상속세 없애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1만1000명이 넘는 국민의 동의를 받은 것도 비슷한 이유로 파악된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라는 기업에 대한 호감도와 국가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기업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의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원인이 과도한 세금 문제를 거론하면서 “삼성이라는 기업이 무너지면 국가적으로 엄청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쓴 내용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대주주에게 상속세 60%를 부과하는 가혹한 상속세에 대해 다룬 한국경제신문의 <세계서 가장 가혹한 한국 상속세…‘어떻게 한방에 60% 떼가나’> 기사에도 비슷한 취지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네이버 아이디 dleh****은 “다른 선진국들은 기업에 각종 세금 혜택을 많이 주는데 우리나라는 왜 반대로 가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상속세 문제가 재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도 엿보인다. 아이디 sds8****은 “세금을 정당하게 다 지불하고 축적한 재산에 다시 상속세라는 명목으로 국가에서 그것도 60%나 떼어 간다면 어폐가 있는 법 제도가 아닐까 싶다”며 “서민도, 중산층도, 재벌도 다 마찬가지”라고 썼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상속세 납부자는 2000년 1389명에서 작년 9555명으로 6.9배로 늘어났다. 올해는 1만 명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집값 급등에 따라 더 이상 상속세 문제가 일부 부자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의 상속세 수입은 같은 기간 4487억원에서 3조1542억원으로 커졌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세는 생전 드러나지 않았던 소득에 대한 사후 과세 성격”이라며 “상속세율을 소득세율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