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 삼성’ 어디로

4대그룹 총수들과 ‘격’ 맞추는 차원
삼성그룹 아닌 전자 회장 맡을 듯

"당분간은 미래 삼성 밑그림 그릴 것"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건희 회장의 별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이 회장의 투병 기간에 실질적인 총수의 역할을 해왔지만 직급상 그의 자리는 엄연한 ‘넘버 2’였다. 게다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년 11월 이후엔 줄곧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왔다. ‘이재용식 경영’을 보여줄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지만 이 회장의 별세로 상황이 달라졌다. 삼성 내부는 물론 경제계도 ‘넥스트 삼성’의 비전과 함께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아버지의 ‘회장’ 직함을 물려받을지, 삼성 조직에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회장’으로 승진하나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에 걸림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의 투병 기간 실질적으로 삼성을 이끌어온 만큼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회장 승진을 막을 이유가 없다. 재계 분위기도 과거와 다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최근 ‘수석 부회장’ 타이틀을 떼는 등 재계에 본격적인 3세 경영의 시대가 열렸다.

문제는 본인의 의지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회장 승진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2017년 12월 27일이다.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검 측의 심문을 받은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계의 해석은 다르다. 다른 4대그룹 총수들과 ‘격’을 맞추는 차원에서라도 회장 승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장 역시 1987년 이병철 선대 회장 타계 20여 일 만에 회장에 취임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회장 직함을 달지 않는 것은 삼성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삼성 임직원들의 사기를 감안해서라도 승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승진하더라도 ‘삼성그룹 회장’이 아니라 ‘삼성전자 회장’을 자처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제왕적 총수’란 이미지 대신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지고 끌고 간다는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내 업무의 95%가 삼성전자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내년 주총에서 등기이사 복귀 전망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지도 관심사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등기이사로 선임됐지만 2017년 2월 구속된 이후 제대로 된 이사회 활동을 하지 못했고 2019년 10월 3년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회장 승진은 이사회 결정만으로 가능하지만 등기이사가 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이 정석”이라며 “내년 주주총회에서 회장 승진과 등기이사 복귀를 함께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회장의 별세는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뉴 삼성’의 비전과 리더십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다만 인사나 조직개편을 할 때 계열사의 경영 외적인 부분들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의사 결정이 한층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인사 폭도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수장들은 대부분 이 부회장이 직접 임명한 사람들로 대개 2017~2018년에 임기를 시작했다. 이 회장 별세로 그룹 안팎이 어수선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또 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삼성 인사와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삼성의 새로운 비전 발표 등은 따로 뗄 수 없는 이슈”라며 “당분간은 수면 아래에서 이 부회장이 중심이 되는 ‘넥스트 삼성’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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