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영업비밀 소송 26일 판결…美정부·차 업계도 촉각
LG화학 배터리 분할 주총 30일…삼성SDI·SK이노 실적발표도

한국 배터리 업계가 이번 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1년 넘게 진행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 주주 반발로 논란 대상인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이 줄줄이 나온다.

가장 먼저 3분기 실적을 내놓은 LG화학에 이어 이번 주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실적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3사의 성장세가 확인될 전망이다.

ITC 판결·LG화학 분할…K배터리 이번주 중대 분수령
업계에 따르면 미국 ITC는 26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놓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들을 대규모로 빼가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26일 최종 판결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해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워진다.

당초 최종 판결일은 지난 5일이었다가 약 3주 미뤄졌으나, 그 사이 양사는 현재까지 극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ITC가 일방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는 판결을 내리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도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투입하며 배터리 공장을 지으며 고용 등 경제적 효과를 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ITC 판결·LG화학 분할…K배터리 이번주 중대 분수령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나 배터리를 공급받는 완성차 업체들은 SK이노베이션을 옹호하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따라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패소는 인정하되 미국 경제에 대한 영향을 따지는 공익성 평가를 조건으로 달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예비 판결을 사실상 전면 재검토한다는 '수정' 지시를 내리면 소송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LG화학에는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확정, SK이노베이션에는 수정 판결이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이번 최종판결이 나와도 양사 모두 항소를 할 수 있는 데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개로 특허침해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양사의 소송전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측 모두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어 최종판결이 합의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다.

ITC 판결·LG화학 분할…K배터리 이번주 중대 분수령
오는 30일에는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을 결정짓는 주주총회가 열린다.

LG화학의 소액주주들은 배터리 사업을 보고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배터리 사업부가 분할되면 신설 법인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사상 첫 잠정실적 발표, 주주친화적 배당정책 발표 등을 통해 '주주 달래기'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발은 크게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LG화학에 따르면 지분율은 ㈜LG와 특수관계인(34.17%), 국민연금(10.20%), 1% 미만 소액주주(54.33%) 순이다.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을 결정할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은 27일 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안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낼지 논의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여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LG화학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에 찬성 의견을 내놨으나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총으로 배터리 사업 분할이 결정되더라도 소액 주주들의 반발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LG화학에는 부담 요인이다.

ITC 판결·LG화학 분할…K배터리 이번주 중대 분수령
이밖에 삼성SDI의 3분기 실적발표가 27일, SK이노베이션의 실적발표가 30일 예정돼 있다.

지난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대자동차 코나 전기차 화재 등으로 국내외에서 전기차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호실적에도 배터리 업체들의 표정은 밝지 못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을 잡고 있지만 경쟁 확대, 화재 이슈, 소송전 등으로 부담은 오히려 가중하는 상황"이라며 "굵직한 결정들이 나오는 이번 주가 업계 전체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