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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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동조합이 잔업과 특근 등 연장 근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임금 및 단체협약과 관련한 회사 제시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들 태세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노조발(發)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조는 지난 22일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상근 간부들의 철야농성과 전 노조원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을 결정했다. 노조 집행부는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노조 측 교섭 대표들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로 (언제든지)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GM을 비롯한 완성차업계 노조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 파업한 적이 없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붕괴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파업을 강행하면 노사가 공멸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한국GM 노조의 특근 및 잔업 거부가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미국에서 한국GM이 생산하는 차를 원하는 고객이 늘어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데, 이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시장이 살아나면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고객을 놓칠 수 있다”며 “미국 GM 본사에서도 노조의 무리한 행보를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코로나19 확산에서 비롯된 부진을 만회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GM은 잔업 및 특근 거부가 1주일가량 지속되면 최소 300억원가량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회사 측은 노조에 2년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한꺼번에 마무리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올해는 기본급을 동결하고 내년엔 월 2만2000원 올리자는 내용이다. 일시금을 올해 220만원, 내년 200만원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 13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내용도 있다.

기아차 노조는 오는 26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대책위 구성 및 쟁의조정 신청 안건을 논의한다. 쟁의조정 신청은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첫 단계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파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원 찬반투표 절차만 거치면 파업권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하반기 들어 내수시장이 어려워지는 등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며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한국 자동차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