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효성티앤씨의 경북 구미 공장은 버려진 페트병을 구입해 폴리에스테르 원사인 리젠을 제조한다. 페트병에 붙어 있는 접착제, 잉크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 등 석유에서 뽑아낸 원재료를 쓸 때보다 비용이 두 배 더 든다. 하지만 친환경을 모토로 내건 패션·의류업체들은 재활용 페트병으로 생산한 섬유 원료 리젠을 50% 이상 비싸게 사들인다.

비용 절감과 효율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기업들이 최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꼼꼼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른바 ‘ESG 경영’이다.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 떠오른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기업 활동이 친환경이어야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며 기업 지배구조 또한 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ESG는 경영 전반에 적용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있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는 연내 필요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재생에너지에서 공급받겠다고 했고 스웨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H&M은 10년 안에 산업 폐기물로 만든 나일론 등 재활용 소재만 쓰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메리 배라 GM 회장 등 미국 주요 기업 CEO 181명은 성명서를 통해 기업이 더 이상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역량을 집중해서는 안 되고 소비자와 직원, 납품업체 등 사회 구성원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내년 3월부터 모든 금융회사가 ESG 공시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기업에 투자할 때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 인종·성차별 여부, 지배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 등을 고려해야 하고 이를 공시하도록 했다.

한국 기업들도 ESG 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내년부터 반도체 사업장 평가기준에 ESG를 적용하기로 했다. SK는 각 계열사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ESG를 50%가량 반영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에 소홀한 기업은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해 결국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의 품질과 이미지를 동시에 구매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저명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좋은 것에 만족하는 기업을 넘어서야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두로 등장한 ‘ESG 경영’은 위대한 기업으로 가는 또 다른 조건이 되고 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