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생리대 논란' 나트라케어 창업자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수지 휴슨 나트라케어 창업자로부터 한국경제신문에 연락이 온 것은 약 한 달 전쯤이었다. 그녀는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 5월부터 나트라케어 제품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휴슨 여사는 “과장되고 거짓된 정보들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생각과 권리 만큼 기업의 얘기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해 휴슨 창업자와의 이메일 인터뷰 전문을 싣는다.

그녀가 누구인 지 알기 싶도록 이력부터 간단히 정리했다. 휴슨 창업자는 천연생리대 나트라케어를 개발,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환경운동연구가로 활동했다. 영국 노팅햄 출신인 휴슨은 어린 시절 아버지 농장에서 흙과 동물 등 자연환경 속에서 생활하며 성장했다.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후에 출판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1982년 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농업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했으며, 한때는 피트니스 강사로도 활동했다.

환경과 자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휴슨은 1980년대부터 원시림보호운동, 핵발전소 반대운동, 고래잡이 반대운동 등 다양한 환경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그녀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더욱 깊어 갔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89년 봄, 휴슨은 영국의 TV 프로그램 월드 인 액션(World in Action)에서 생리대와 기저귀의 원료인 펄프의 가공과정에 염소계 표백제가 사용되며 이로 인해 다이옥신, 퓨란, DDT 등의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환경호르몬은 암이나 면역체계에 문제를 일으키고 생식과 출산에 장애를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때까지 생리대와 기저귀 업체들은 이러한 위험 요소를 숨겨왔던 것.

이에 휴슨은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화학생리대 제품들과 경쟁할 수 있는 안전하고도 효과적인 여성 위생 용품을 만들고자 재질에 대한 조사와 기술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같은 해 화학성분을 철저히 배제하고 염소표백을 하지 않고도 기존 제품의 편의성이나 기능에 뒤지지 않는 천연 생리용품 나트라케어를 개발, 바디와이즈(Bodywise(UK), Ltd)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친환경생리대 사업을 시작했다.

▶NATRACARE가 처음 만들어 진 시점에서 30년이 지났습니다. 탄생 배경과 이 사업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가요?

“저는 야생동물과 자연환경 보호에 한평생을 바쳐왔습니다. 녹지 공간이 부족한 도심에서 성장했으며, 아버지의 주말농장과 삼촌의 농장에 갈 때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고, 자연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본능적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생 시절 갖게 된 환경운동가로서의 열정은 파괴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한 이를 방관하면 여성들의 건강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내적 분노가 일어났으며,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린 후 이 문제에 대한 운동과 교육, 더 나은 대안 찾기에 나서게 됐습니다”

▶30년간 사업을 이끌어 오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의 잘못된 사업 관행이나 제품 생산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면 산업계는 이를 즉시 위협요소로 받아들였습니다. 특히, 글로벌 위생용품 업계는 저에 대해 유무형의 압력을 가해 왔습니다. 변호사들의 협박, 비난을 잠재우고 생태학적 사실을 감추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환경과 여성의 건강을 위한 굳은 신념이 있었기에 이런 위협에 굴하지 않고 두렵지도 않았습니다”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환경운동과 관련하여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어릴 때 도심에서 자라다 보니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서 녹지를 찾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공원의 숲과 풀 속에서 블루벨(bulebells)을 마주칠 때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학대를 당하는 동물을 보면 너무 괴로웠습니다. 성인이 되어서 저와 같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지구의 친구(Friends of the Earth)’와 ‘자연 보호단(Conservation Corps)’에 가입했습니다.

1970년대엔 그린피스를 통해서 기업들이 염소(chlorine)를 해상에 불법 방출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후 계속해서 그린피스를 후원해 오고 있습니다. 개인으로서 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 저희는 업계의 무책임함과 자연 불감증이 초래하는 생태계 파괴에 맞서는 캠페인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 외 다양한 자선 기관을 후원했고 최근에는 ‘플래닛 커뮤니티를 위한 1%(1% for Planet community)의 일원이 되어 매년 매출수익의 1%를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담은 기업들이 어떻게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충실해야 합니다. 저희는 사회적, 생태학적인 가치관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때로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회사의 철학과 가치관이 맞지 않는 제품 시장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의 가치관을 지킬 때, 특히 그 가치관이 같은 원칙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철학과 조화를 이룬다면 상업적 성공은 보상(기업의 상업적 성공)으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한 기업으로서 원칙과 가치관을 고수하다 보면 잃는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현재 우리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기업 가치와 철학이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최고의 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글로벌 여성위생용품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 30여년의 여정을 비유를 하자면 길을 가다 넓은 쐐기풀이 우거진 곳을 만나 맨손으로 다 정리해 놨는데 나중에 울타리 건너편을 보니 다른 브랜드들이 와서는 제가 깨끗하게 치워 놓은 마당에 바구니를 놓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존재하는 그 어떤 친환경 브랜드도 나트라케어가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생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플라스틱 사용, 합성 소재, 염소 표백이 생명체의 건강에 미치는 문제에 대해 알려오고 있습니다. 그런 결과, 많은 제품들이 점차 순면을 소재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나트라케어는 유기농과 자연 소재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고 그들이 우리가 제기한 문제를 인식하고 따라오는데 무려 30년이나 걸린 것입니다”

▶2017년 한국 생리대 시장에서 불거진 ‘일회용 생리대의 유해성’에 대하여 여성건강 및 환경적 측면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문제가 되었는데 그 위험성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물론 관련 기업들과 한국 규제 당국은 소비자들의 비난에 대응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저를 포함해 그 문제를 오랫동안 제기했던 단체들은 우려스러운 상황임을 알았고 해결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수치가 낮았다고 주장하는 것만 봐도 환경에 부정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성분이 사용되었음을 암시하며 이는 여성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었으므로 그 성분을 대체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나트라케어는 항상 독립적이고 예방적 시험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는 원재료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예방적 원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지난 5월 한국에서 나트라케어 브랜드가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허위 신고·거짓 광고’와 관련된 얘기입니다.

“한국 식약처로부터 이 사실을 듣고는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한국 수입사의 행정업무 과실에 대한 상황파악을 위해 식약처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위해 제품에 대한 성분 자료를 성실하게 제공하였습니다. 나트라케어 생리대에 사용된 핫멜트(hotmelt) 접착제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생리대 생산업체가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카테고리의 재료를 공급하는 기업의 생리대 제품으로, 식약처 조사 중에 단 한번도 나트라케어 제품이 안전하지 않다고 언급된 적이 없었습니다.

나트라케어에 사용된 해당 접착제는 식약처와 미국 농무부가 생리대 사용에 대해 승인해준 제품입니다. 저는 한국 수입사의 행정적 오류와 함께 일부 언론이 이 사안을 더욱 확대시킨 나머지 문제가 전반적으로 과장되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아마도 이 사건을 나트라케어의 신뢰성을 훼손할 기회로 봤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번 사태의 교훈은 능력 있는 수입 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한국 소비자들이 제가 생리대의 무결함과 안전을 위해 지난 30년간 해당 분야에 진정성을 갖고 헌신해 왔다는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나트라케어 제품은 언제나 안전하다는 믿음을 가져 주시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약속은 제 명예이기도 합니다. 저는 30년 이상 자연을 위해 한 몸을 바쳐 왔으며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당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습니다. 제품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나트라케어에서 사용하는 모든 원재료는 자체적 예방 시험을 거치며 모든 나트라케어 생리대와 팬티라이너는 최종 상품에 사용된 모든 원재료에 대한 생태학적 안정성을 검증하는 제2형 환경 인증인 노르딕 에코라벨의 인증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석유, 전통 코튼, 합성 소재, 접착제 등의 원재료에 존재하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포름알데하이드, 살충제, 글리포세이트, 그 외 모든 화학성분을 분석하고 확인합니다. 나트라케어는 ISO 13485 인증을 받은 의료 기기 품질 설비를 갖추었으며 단연코 가장 윤리적인 생리대 브랜드입니다. 피부과 전문의와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나트라케어 제품을 추천하고 있으며 우리보다 더 안전한 제품은 없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진실을 수호함으로써 신뢰를 얻기를 희망합니다. 나트라케어는 단 한번도 제품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한국 수입사의 행정적 오류에 대한 식약처의 조사를 일부 언론들이 나트라케어 제품의 문제로 해석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일은 지금까지 전세계 어디에서도 단 한번도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나트라케어 브랜드의 생리대에 대한 진실과 신뢰, 그것이 바로 제가 30년 전 만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낸 당신의 입장문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에 그토록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한국 소비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미 80여개국에 판매중인데 한국 비중을 축소하면 되는 것 아닌지요?'

“나트라케어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신뢰를 받아온 브랜드였습니다. 제가 처음 나트라케어를 시작했을 때 더 건강한 대안으로 우리 제품이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선택받는 것이 제 꿈이었습니다. 나트라케어는 캠페인 브랜드이며 그 중심에는 저의 뛰는 가슴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30년 간 지켜온 헌신에 오명을 입힌 한국 수입사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소통하려는 이유는 시장 점유율이 중요해서가 아닙니다. 우리는 시장의 규모와 사업성에 상관없이 가장 친여성적이며 친환경적인 제품을 전 세계 모든 여성에게 공급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여성 소비자들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한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다시 얻기 위해 Natracare는 어떤 노력을 할 계획입니까?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수입업체를 다시 선정했습니다. 5월 이후 확산된 나트라케어 대한 잘못된 인식에 대해 소비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의 진정성을 알려 나갈 예정이며, 나트라케어에 대해 잘못 언급되는 가짜뉴스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다만, 나트라케어 제품은 안전성에 절대 문제가 없지만 언론에서 이번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발언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과장되고 거짓된 뉴스들을 정정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의 진실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이와 같은 기회가 더욱 주어지길 바랍니다. 나트라케어 생리대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의료 제품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나트라케어 제품이 진출한 모든 시장에서 동일한 재료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실만 말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이번 사태에 대한 제 설명을 들은 한국 여성들이 무엇인 진실인지 올바르게 판단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그것이 제 희망입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