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은행 'AI 무장'…줄줄 새는 돈 잡는다
글로벌 은행권(圈)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2023년까지 500조원 넘게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산 부실화 위험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해낼 수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비즈니스인사이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은행들은 내년에 2970억달러의 정보기술(IT) 예산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2018년(2610억달러) 대비 13.8% 증가한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핵심은 AI 기술이다. 자산 위험 평가, 이상 징후 포착, 사기 대출 판별, 대출자 신용 평가, 자금 흐름 예측, 맞춤 상품 추천 등 쓰임새가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다. 이를 통해 3년 후까지 4470억달러(약 506조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이 기관의 예측이다.

상당수 기업이 AI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최근 3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AI 활용 기업 중 10%만이 “AI를 통해 중대한 재정적 이익을 얻었다”고 답변했다. 이번 조사를 이끈 샘 랜스보덤 보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인간과 기계가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하지 않으면 큰돈을 들여 AI 기술을 도입해도 성공 확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