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를 누구보다 기다린 사람들이 있다. 4만 명에 이르는 원전 관련 산업 종사자들이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엄정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탈(脫)원전 정책의 변화나 속도 조절을 바랐다. 하지만 감사원이 지난 20일 월성 1호기 폐쇄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가운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공언하면서 마지막 희망의 끈이 끊어졌다.

원전 관련 중견·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사업 중단을 결심하는 CEO가 속출하고 있다. 원전설비 업체인 A사 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정말 마지막인 것 같다”며 “올해 말 사업을 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의 원전 기자재업체인 B사는 다음달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B사 대표는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이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감사원 및 정부 발표로 월성 1호기의 가동 재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전망이 어두워진 데 따른 것이다.

대표적 원전업체인 두산중공업에서는 만 45세까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며 올해에만 1000명 이상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2018년 정부 연구용역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3만8800명인 원전업계 종사자가 2030년 3만 명 미만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원전업계의 ‘일자리절벽’은 더 빨리 현실화하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두산중공업에 원전 부품을 납품한 중소 협력업체는 219개로 2016년(325개)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신규 계약 역시 같은 기간 2836건에서 1105건으로 60% 감소했다.

노경목/민경진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