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중국 매출은 2018년 2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2015년 2조5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기도 했으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이 잇달아 터져 매출이 급감했다. 중국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 중심으로 변한 영향도 컸다.

이랜드는 작년 4월 20대를 중심으로 위기대응팀을 구성했다. 이들이 찾아낸 건 중국 최대 채팅 플랫폼인 ‘위챗’이 선보인 미니 앱 ‘샤오청쉬(小程序)’. 샤오청쉬는 라이브방송을 볼 수 있고, 주문도 쉬워 중국 젊은 층이 선호하는 플랫폼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었다. 이랜드는 샤오청쉬를 중심으로 온라인 유통 채널 전략을 새로 짰다.

전략은 통했다. 샤오청쉬의 올해 예상 매출은 1000억원, 영업이익은 400억원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샤오청쉬의 성과로 이랜드 중국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 중국서 '채팅창 커머스'로 대박

위기를 기회로 바꾼 샤오청쉬

이랜드그룹은 작년 9월 샤오청쉬 테스트 판매를 시작했다. 11월엔 이랜드그룹 통합 채널을 개설하고 6개 브랜드와 41개 오프라인 매장을 연동시켰다. 주문자와 가까운 매장에서 보유 재고를 보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위기대응팀은 실행 계획 일정을 확 앞당겼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강화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20대 직원들을 추가로 뽑고 온·오프라인 연계 물류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당초 올해 하반기 전체 브랜드, 전 매장에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였으나 2월까지 21개 전체 패션 브랜드, 4000여 개 전체 오프라인 매장을 아우르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샤오청쉬를 통한 매출은 급격하게 늘었다. 사업을 본격화한 2월엔 회원 수 5만 명, 월매출 12억원에 불과했지만 9월 들어선 210만 명을 돌파하고 월매출도 90억원대를 기록했다. 샤오청쉬의 올해 예상 매출은 1000억원, 내년엔 3000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최종양 이랜드월드 대표이사 부회장을 필두로 하는 코로나 긴급상황 대응 TF를 구성해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게 성과를 내고 있다”며 “코로나라는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돼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중국 젊은 소비자 확보…이익률도 높아

샤오청쉬의 9월 말 기준 회원 수 210만 명은 대부분 패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들을 확보한 것 자체가 큰 성과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 매출 증대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뉴발란스의 327 신발은 샤오청쉬에서만 3400켤레가 팔려나갔다. 오프라인에서 정식 출시하기 전에 샤오청쉬 단독 판매로 한정 수량만 예약 판매한 전략이 주효했다. 4억2000만원 상당의 물량이 판매 10분 만에 동이 났다.

샤오청쉬는 패션 사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수익성도 높다. 영업이익률이 40%에 이른다. 통상 패션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6~8%로 10%를 넘기가 어렵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채널 수수료가 없는 데다 자사 매장 재고와 자체 물류센터를 활용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고 설명했다.

이랜드그룹은 온라인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재편하면서 비효율 오프라인 매장 400여 곳을 정리했다. 이를 통해 비용을 더 줄였다.

샤오청쉬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유통 채널 전략과 오프라인 매장 정리 효과에 힘입어 이랜드그룹은 내년 중국에서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15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 1조4000억원, 영업이익 609억원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수준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