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태블릿PC를 활용해 서류 준비 및 인증의 번거로움을 줄이고 업무 범위는 대폭 넓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은행 영업점 방문이 줄어들면서 태블릿 방문 영업이 새로운 비즈니스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권, 태블릿 PC 활용한 방문영업 '고도화'

은행권 잇단 태블릿 앱 고도화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태블릿 브랜치(태블릿 속 영업점) 활용을 늘리기 위해 관련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태블릿 브랜치 앱 ‘위니 미니(mini)’를 출시했다. 태블릿으로 가능한 업무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개인 고객의 수신 등 간단한 업무만 처리했다. 새로운 앱에서는 △기업 고객 여·수신 상품 상담 및 가입 △QR코드를 통한 신용카드·개인형 퇴직연금(IRP)·청약저축 등 간편 가입 △가맹점 결제계좌 신청 등이 가능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한 달간 시범 운영한 결과 대출 등 여신 거래 비중이 수신 거래보다 두 배 정도 높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태블릿 브랜치 영업 구조를 개편하고 오는 12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다. 새로 개발하는 태블릿PC 앱(가칭 STAB)과 직원용 앱을 연동할 예정이다. 직원 개인이 지점 한 곳의 역할을 하는 방식으로 방문 영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진행 중인 1 대 1 화상 상담에 더해 단체 상담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농협은행도 2017년 고도화를 통해 수신·카드·퇴직연금 등으로 업무 범위를 넓혔으며 현재 추가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 등을 위해 외화예금 신규 가입도 가능하게 했다.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을 배려한 영업도 나타날 전망이다. 지난해 말 태블릿 브랜치 고도화를 마친 국민은행은 개인·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부분 여·수신 업무를 방문 영업으로 지원 중이다. 지난해 이용 건수만 44만 건에 달했다. 앞으로는 앱이나 웹을 통해 거래를 시도하다가 완료하지 못할 경우 직원이 찾아가 상담해주는 온라인·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태블릿 PC에서 볼 수 있는 거래 정보 조회 기능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 시대…빅테크와 차별화”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태블릿 브랜치 고도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새로운 영업에 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지점 방문은 줄고 비대면 영업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면을 통한 거래를 선호하는 고객층도 뚜렷하다. 대면과 비대면 금융의 절충 형태인 태블릿 브랜치가 새로운 영업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빅테크(대형 IT기업)와의 경쟁도 이런 기조에 불을 댕기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면을 통한 심층 상담 및 자문은 은행 고유의 업무인 만큼 빅테크·핀테크보다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다”며 “대면-비대면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하는 것이 업계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