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CFO Insight]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법적 쟁점과 대응 방안
지난 6월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상법 개정안 등 3법이 입법 예고됐다. 각 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이다. 이 세가지 법안은 기업집단 지배구조 개선, 소수주주 권한 강화 및 금융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집단에 대한 건전성 감독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소수주주 권한 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은 금융회사 지배 여부 혹은 지주회사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국내 모든 회사에 적용돼 그 파급효과가 상당한 만큼 경제계의 주목과 관심을 받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크게 5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중에 초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다중대표소송 관련 개정안이라고 할 수 있다. 소수주주의 감사위원 선임권 및 자회사 등 이사에 대한 대표소송 제도 도입을 통해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 권한이 대폭 강화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중에서도 감사위원 분리선출 관련 상법 개정안의 법적 쟁점을 이 글에서 다루려고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회사 지배구조와 관련해 문제가 돼 온 중요한 쟁점이다. 현재 상법 개정안은 전체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아닌 감사위원 1명 이상 분리선출이라는 절충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한 추가적인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상법 개정안(의안 번호 3355, 이하 '상법 개정안') 제542조의12 제2항에 의하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선임할 때 동조 제4항의 3% 의결권 제한을 적용함에 있어서 주주총회에서 최소 1명의 후보자를 다른 후보자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현행 상법 상의 일괄선출 규정을 개정한 것으로 위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사 선임 단계에서부터 3% 의결권 제한이 적용된다.

상법 개정안은 현행 상법 상의 사외이사 여부에 따른 감사위원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적용방식도 변경했다. 이에 따르면 상장회사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경우 사외이사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일괄적으로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소유주식을 합산하고, 일반주주는 이러한 합산 없이 개별 기준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하여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상법 개정안 제542조의12 제4항).

감사위원 선출방식에 대한 논란은 상당히 오래된 연원이 있어서 이를 살펴 보는 것이 논란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984년 상법을 개정할 때 일본 상법의 내용을 참고해 감사 업무 수행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위해 감사 선출 시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도입했다. 여기까지는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하지만 1998년 IMF 사태 과정에서 선진 기업지배구조를 도입한다는 이유로 2000년 증권거래법을 개정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때 대형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도입했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국가 입법례와는 다른 2가지 규정이 도입되었는데, 첫번째로는 감사위원을 이사회가 아닌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도록 했고, 두번째로는 감사위원 선임 때 감사 선임 시 적용되는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했다. 원래 감사위원회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및 보상위원회와 함께 이사회 내의 3대 위원회 중의 하나로 감사위원회 위원은 다른 위원회 위원과 동일하게 이사회에서 선출한다. 따라서 3%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는 것이 보편적인 입법례다.

위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이론과 실무 양 측면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우선 이론적으로는 감사위원 선출 시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감사가 아닌 ‘이사’에 대한 의결권 제한으로서 주주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제약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감사의 경우에는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권이 없고, 지배주주가 선임한 이사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보장받아서 감시, 감독기능을 수행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그 선임 시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정당화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감사위원은 감사위원이기 이전에 '이사'로서 이사회의 모든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에 참여하므로 감사와 동일시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사회는 기업의 중요한 경영 관련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기관이고, 그 구성원인 ‘이사’ 선임에 대한 의결권 행사는 주주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여 주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자 배당 수령권과 함께 주주의 본질적인 권리이므로 이사인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서 의결권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기본적인 재산권 침해로,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는 감사위원 선출 시 3%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용 방식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실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은 일괄선출과 분리선출의 두 가지 방식이 상정 가능하고, 이 중 어느 방식이 법률에 부합하는 것인지가 문제였다. 일괄선출은 감사위원 후보자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이사 선임 단계에서는 모든 후보자를 일괄하여 의결권 제한 없이 선출하고, 선출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면서 3% 의결권 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서 분리선출은 이사 선임 단계에서부터 감사위원인 이사 후보자와 일반 이사 후보자를 분리하여 전자의 후보군에 대해서는 3% 의결권 제한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일괄선출의 경우에는 이사 선임 단계에서는 의결권 제한이 없어서 결국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서 모든 이사가 선임되고, 이 중에서 감사위원이 선임되므로 소수주주 추천 후보자가 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3% 의결권 제한 규정의 취지를 몰각시킨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에 감사위원 선임 시 3%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은 위에서 살펴본 재산권 침해의 문제점이 있으므로 이를 완화하는 일괄선출 방식이 보다 타당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러한 논란은 KT&G와 칼 아이칸 사이의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가처분 소송을 통해서 정면으로 다뤄졌다. 당시 대전지방법원은 이에 대한 별도의 주주제안 등이 없는 이상 이사회에서 분리선출 혹은 일괄선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 후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정 과정에서 구 증권거래법 상의 상장회사 특례 중 지배구조에 대한 사항은 상법으로, 재무구조에 관한 사항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로 각각 이관했다. 여기서 상법 상의 상장회사 특례 규정에서 감사위원 선출 시 일괄선출방식을 명시하여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의결권 제한 문제를 완화하고자 하는 입법적 결정을 했다. 그러나 2015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 과정에서는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강조되어 금융회사 감사위원 선출 시에는 3%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하면서 분리선출을 하도록 하는 법안이 제안됐다. 이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돼 1명 이상의 감사위원에 대해서 분리선출을 하는 것으로 입법됐다. 그러므로 현재 감사위원 선출에 있어서 일반 대형 상장회사는 모두 일괄선출방식을 따르고 있고, 금융회사는 1인 이상 분리선출방식을 따르는 이원적인 체제를 취하고 있다. 그리고 금융회사의 경우 전부 분리선출이 아닌 1인 이상 분리선출이어서 분리선출의 범위 결정, 분리선출된 감사위원이 재임 중인 경우에는 분리선출의무가 없는지 여부,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임기만료 혹은 사임 후에 후임 감사위원이 분리선출 방식으로 선임되지 않은 경우 기존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권한 지속 여부 등의 실무적인 문제가 추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 법무부 제출 1인 이상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대한 상법 개정안도 이러한 감사위원의 독립성 보장과 주주의 기본적인 재산권 보장이라는, 20년 넘게 계속되어 온 이론적 논란 속에서 전자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다른 입법례와는 달리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선출하는 우리 기업지배구조의 특징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동일하게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이 아닌 1인 이상 분리선출이라는 나름의 절충안을 취하고 있어서 관련한 추가적인 실무상 쟁점이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상법 개정안이 입법될 경우 기존의 일괄선출방식과는 달리 소수주주 추천 이사 및 감사위원이 선임될 실질적인 가능성이 있고, 이를 통해서 대주주 및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및 문제제기가 강화될 수 있다. 이는 특히 대주주 및 경영진 등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분쟁 가능성의 증대를 야기하므로, 이를 대비하여 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내부통제시스템의 강화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고도로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대규모의 회사에서 공동대표이사 및 업무담당 이사들이 내부적인 사무분장에 따라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담하여 처리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다른 이사들의 업무집행에 관한 감시의무를 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한 경우 무엇보다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배려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아니하거나 위와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회사 운영의 감시·감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경우에는 다른 이사의 위법하거나 부적절한 업무집행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판례를 고려하여 회사 경영에 있어서 합리적인 정보 및 보고시스템과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 및 관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