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기금·송현동 부지매각대금 1조5천억원 이상 확보 목표
'올해는 버텼지만 내년은'…대한항공 추가 자금 확보 안간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항공업계 불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대한항공마저 '곳간 채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과 송현동 부지 매각을 통해 1조 5천억원 이상을 추가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알짜' 사업부 매각, 유상증자, 화물 운송 사업 강화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며 숨통을 틔웠지만,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이어질 내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대한항공은 앞서 기내식 사업과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9천906억원에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1조1천27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이달 중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정부에 신청하며 추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산업은행과 기금 신청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인 대한항공은 1조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제값에 매각하기 위해 서울시와 '줄다리기'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중재로 대한항공과 서울시가 매각 가격과 지급 방식 등을 협의하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를 최소 5천억원에 매각하기를 희망하지만, 서울시는 보상금액을 4천670억원으로 산정했다.

매각대금을 2022년까지 분할지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은 자금 확보가 시급한 대한항공이 수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3자 매입'으로 지급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지만, 3자 후보로 거론된 LH공사와의 협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한진인터내셔널(대한항공 지분 100% 보유)이 운영 중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 센터의 일부 지분도 매각을 진행 중이며, 지분이 매각되면 대한항공이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지난 2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선방한 대한항공이 추가 자금 확보에 나선 것은 그만큼 내년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년도 업황 불확실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등을 한다"고 설명했다.

2분기 화물 운송 확대로 1천48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기록한 대한항공은 3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도 항공화물 성수기 효과로 영업이익이 재차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줄어든 여객 수요가 내년에도 회복하기 어려워 보이고, 올해 10~12월 만기도래하는 차입금도 약 1조2천억원에 달하는 점은 대한항공에 부담으로 다가온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노선 전체 110개 중 33개 노선만 운항을 하며 코로나19 이후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는 직원 휴직 등의 인건비 절감으로 버텼지만, 인건비 절감이 유동성 확보의 장기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올해 4월 16일부터 시행한 국내 직원 순환(유급)휴직을 올해 12월 15일까지 연장하고, 직원 4대 보험금 납부 유예를 내년 3월까지 연장한 바 있다.

올해 4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1조2천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것도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자금 마련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