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홈쇼핑 방송에서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판매 상품을 잃은 홈쇼핑 해외여행 상품기획자(MD)들은 ‘포스트 코로나’ 먹거리를 찾아나섰다.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된 사람들의 여가생활을 탐구해 ‘호캉스족’을 공략한 국내 호텔 숙박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 이용권 등을 선보였다.

GS홈쇼핑은 최근 왓챠의 12개월 이용권을 판매했다. 홈쇼핑업계에서 OTT 이용권을 판매한 건 GS홈쇼핑이 처음이다. 정가보다 36% 할인해줬다.

왓챠 이용권을 들여온 건 GS홈쇼핑의 서비스팀이다.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을 주로 담당하던 MD 4~5명이 이 팀의 구성원이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이들이 담당하던 해외여행 프로그램 ‘쇼미더트래블’이 코로나19 이후 폐지됐다”며 “1주일에 몇 회 방송되던 프로그램이 없어지자 대체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특급호텔 패키지를 홈쇼핑에서 판매하기 시작한 것도 이 팀이다. 지난 5월 GS홈쇼핑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 패키지’를 판매했다. 재판매 요청이 많아 최근 2차 판매도 했다. 지난달에는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를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야외에서 홀로 이용하는 퍼스널 모빌리티의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홈쇼핑 업체의 해외여행 패키지 MD들도 ‘코로나 특수’ 상품을 앞다퉈 판매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롯데호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L7 숙박권을 판매했다. 쇼호스트가 호텔에 방문해 루프톱 등을 보여줬다. 7월 판매한 4성급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숙박권은 총 5회 방송의 주문 건수가 3만 건을 넘었다.

현대홈쇼핑의 MD들은 제주 롯데호텔, 부산 파라다이스 등 지역 관광지의 5성급 호텔 패키지를 들여왔다. 제주 롯데호텔은 주문금액만 24억원을 넘겼다.

CJ오쇼핑의 해외여행 담당 팀은 에버랜드 이용권을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꿀잼’이라는 콘셉트로 에버랜드 자유이용권과 벌꿀 상품을 패키지로 내놨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여행 패키지 MD들이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바뀐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