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한번 안 가고…사막에 '스마트팜' 설치한 스타트업

84개국 127곳 해외무역관이
화상상담·온라인 전시 등
비대면 시대 '해외지사' 역할
아랍에미리트 정부 관계자들과 민간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 엔씽이 수출한 모듈형 수직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KOTRA 제공

아랍에미리트 정부 관계자들과 민간 투자자들이 국내 스타트업 엔씽이 수출한 모듈형 수직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KOTRA 제공

2014년 설립된 엔씽은 컨테이너를 활용한 모듈형 수직농장과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농장관리 시스템 특허를 보유한 스마트팜 전문기업이다. 김혜연 엔씽 대표는 외부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1년 365일 동일한 기후조건에서 채소·과일을 재배할 수 있는 모듈형 수직농장의 중동 수출 계획을 세웠다. 열악한 재배환경 탓에 신선과일과 채소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엔씽이 아랍에미리트(UAE) 진출 준비를 구체화하던 올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바이어 면담과 현지 출장이 무산되면서 사업에 큰 위기가 닥쳤다. 이때 KOTRA 두바이무역관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두바이무역관은 파트너 발굴부터 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전문가 자문 및 유통망 구축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했다. 엔씽의 해외지사 역할을 자청한 것이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엔씽은 올 연말까지 아부다비에 100개동(100억원 상당)의 수직농장을 추가 수출할 계획이다.
엔씽 '100억 수출' 뒤엔…KOTRA 해외무역관이 있었다

KOTRA가 국내 스타트업의 비대면 해외 마케팅 사업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KOTRA의 기업 마케팅 지원은 통상 전시회 참가, 무역사절단 파견, 바이어 초청 상담 등을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장이 막히고, 국제 전시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수출 기업들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의 타격은 더 컸다. KOTRA가 비대면 해외 마케팅을 통해 스타트업들과 함께 돌파구를 찾아 나선 배경이다.

KOTRA의 비대면 해외 마케팅은 △임시 해외지사 역할 대행 △화상상담 △글로벌 웨비나 △온라인 전시관 △온라인 플랫폼 입점 등으로 구분된다. 올 들어 최근까지 KOTRA의 해외 마케팅 지원을 받은 국내 스타트업들은 6800만달러(47건)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930만달러(3건)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비대면 해외마케팅 중에서도 핵심은 임시 해외지사 역할 대행이다. 해외 출장이 쉽지 않은 스타트업을 대신해 KOTRA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수출기업의 주재원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엔씽 '100억 수출' 뒤엔…KOTRA 해외무역관이 있었다

수출기업의 해외지사 역할 강화는 권평오 KOTRA 사장(사진)이 주도했다. 권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풍부한 무역 지원 경험을 쌓았고, 경제부처 관료로서는 이례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도 지냈다.

권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해외무역관장들에게 긴급 지시를 내렸다. “스타트업 시각에서 도움이 필요한 분야와 함께 현지 수요에 기반한 지원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려움에 빠진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KOTRA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이달 기준 KOTRA 해외무역관은 84개국 127곳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진출한 곳이라면 전 세계 어느 곳에나 해외무역관이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 지원만으로 스타트업이 성과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지 투자자와 바이어를 대상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혁신기술을 홍보하고, 화상상담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대면 접촉이 필요했다. KOTRA는 해외무역관 직원들이 국내 스타트업을 대신해 직접 현지 투자자 및 바이어와 만나 신뢰를 심어준 결과 다수의 수출 계약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수출기업을 위한 KOTRA 해외무역관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며 “스타트업을 비롯한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해외무역관이 앞장서 뛸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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