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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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는 16일 “한은은 정부 지출을 뒷받침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이 정부 채무를 떠안는 이른바 ‘정부 부채의 화폐화’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총재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는 방침도 재차 밝혔다. 여당에서는 이 총재의 ‘엄격한 재정준칙 발언’에 “너나 잘하세요”라며 공세를 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채를 매입할 계획”이라면서도 “정부 지출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부채의 화폐화’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가 물량을 늘리는 적자국채에 대해 중앙은행이 인수 등으로 뒷받침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회사채 매입을 비롯한 양적완화도 도입할 때가 아니라고 밝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본격적 양적완화를 할 때가 아니라고 했는데 미국, 유럽 등에 비해 한국은행은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다른 나라와는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 총재가 지난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날을 세웠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 총재가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왔다”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행어가 생각난다”고 했다. 같은 당 정일영 의원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 적절했냐”며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해외 주요 나라를 보면 중앙은행이 준(準)재정 역할을 한다”며 “한은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총재는 여당 의원 지적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중요하다”면서도 “재정건전성 저하가 우려스럽기 때문에 위기가 극복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이 번번이 틀리고 민간 조사업체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해명했다. 이 총재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워낙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전망의 오차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한은의 경제 전망 노하우와 전문성은 국내 어느 기관 못지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숫자 하나만 놓고 민간보다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서운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