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채권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이 환경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해 더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회책임투자의 대표적 자금조달 방식인 ESG채권이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국내 ESG채권 발행금액은 총 46조5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발행금액은 25조6900억원이었고, 2018년에는 1조2500억원에 불과했다. ESG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개선 등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된다. 용도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나뉜다. ESG채권은 일반 채권과 달리 회계법인 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채권의 용처가 ESG 원칙에 부합하는지 인증을 받아야 한다.

올해 ESG채권 발행 시장에서 눈에 띄는 점은 비금융 민간기업의 참여다. 지난달 2일 롯데지주는 그룹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5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롯데지주는 이를 친환경 건물 건설,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 제공 등 사회공헌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7월엔 수처리업체 TSK코퍼레이션이 오염물질 저감시설 공사 등을 목적으로 1100억원 규모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지난해 GS칼텍스가 처음으로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한 뒤 관심이 점점 커지는 흐름이다.

금융업계에선 향후 5년간 7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그린뉴딜’ 정책에 힘입어 국내 ESG채권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에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어 이와 연계된 채권 발행도 확대될 것이란 예상에서다. 김정남 삼정KPMG 상무는 “ESG가 기업 가치 상승, 잠재 리스크 해소 등과 연결된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ESG채권 발행량이 껑충 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체 발행 채권의 90% 이상을 일자리 유지나 공공주택 사업 등을 위한 사회적 채권이 차지하는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만만찮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녹색채권을 발행해 일부만을 친환경 사업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전혀 다른 목적에 활용하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도 경계해야 한다”며 “사후 공시 등 체계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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