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4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로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미국 중앙은행(Fed) 통화정책을 고려한 자본유출 우려 등도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은 올해 초 연 1.25%이던 기준금리를 3월 0.50%포인트, 5월 0.2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인 연 0.50%로 끌어내렸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고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나가는 과정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정도와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금융안정 상황 변화,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한 -1.3%에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도 했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서 시중에 상당한 유동성이 풀렸다. ‘2020년 7월 통화 및 유동성’을 보면 지난 7월 통화량(M2)은 3094조2784억원이었다. 작년 7월에 비해 1년 새 10.1%(282조7311억원) 늘었다. 2009년 10월(10.5%) 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M2는 현금과 요구불 및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같은 단기 금융상품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풀린 유동성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을 데우는 '불쏘시개'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유출이나 유동성함정 우려가 없는 금리 수준의 하단)에 닿았다는 판단도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을 비롯한 비기축통화국이 실효하한 밑으로 기준금리를 끌어내릴 경우 외국인 투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Fed의 정책을 고려해 선진국과의 금리격차를 더 좁히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대신에 국채매입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 연내 국고채 5조원어치를 추가로 매입하기로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