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겨냥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신제품을 선보인다. 자체 AP를 개발·제작하지 않고 외부 제품을 쓰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주문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 영향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P는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로 데이터 통신·연산 등을 담당한다.

12일 반도체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만간 ‘엑시노스 1080’(가칭) AP를 내놓고 내년 1분기께 세계 5위권 스마트폰 업체 중국 비보에 납품할 계획이다. 신제품은 삼성전자 5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양산되는 5G 스마트폰용 제품으로 ‘준(準)프리미엄’급으로 평가된다.

AP에 들어가는 중앙처리장치(CPU)는 영국 ARM의 최신 설계인 ‘코어텍스 A78’, 그래픽처리장치(GPU) 역시 ARM의 최신 ‘말리 G78’ 설계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제품은 전작인 ‘엑시노스 980’ 대비 성능이 20% 정도 향상됐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AP ‘엑시노스 2100’(가칭)도 준비 중이다. 엑시노스 개발·판매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이 제품을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에 납품하는 방안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노스 2100은 CPU에 ARM의 최신 ‘Cortex-X1’ 코어를 사용해 현재 활용되는 ‘Cortex-A77’ 코어를 사용한 AP보다 성능이 약 30%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납품처를 중국 비보에서 샤오미, 오포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로 화웨이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AP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주문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의 AP를 썼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실리콘이 차지하고 있던 AP시장(2분기 점유율 16%)이 새롭게 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P시장 세계 1·2위 업체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도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건 매한가지다. 퀄컴은 중급 AP 스냅드래곤 7시리즈, 중저가 4시리즈 신제품을 계속 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 업체들과 관계가 끈끈한 미디어텍도 보급형 AP ‘디멘시티 720’ 등을 통해 점유율을 지키는 데 힘쓰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