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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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3만7000명 늘어나면서 4개월째 가입자 증가폭이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연초 불어닥쳤던 고용대란이 지표상으로는 지난 5월 저점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가입자 대부분은 50~60대 중장년층인데다 늘어난 일자리의 절반 이상은 공공일자리여서 제대로 된 고용시장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인·공공일자리가 대부분

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9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412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3만7000명(2.4%)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던 1분기의 영향으로 지난 5월 증가폭이 15만5000명까지 떨어졌다가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증가폭을 늘리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용보험 가입자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전체 고용시장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 늘어난 고용보험 가입자 중 거의 대부분은 서비스업이며, 연령별로는 50~60대가 전체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폭을 상회하기 때문이다. 5060 가입자 수는 지난달 35만5000명이 늘었다. 전체 가입자 증가폭보다 1만8000명 많다. 50대에서만 12만3000명, 60대 이상에서는 23만2000명이 늘었다. 반면 29세 이하에서는 2만2000명이 줄었고, 30대에서는 5만명이 감소했다. 2030세대가 빠져나가면서 생긴 일자리 지표 공백을 5060세대가 메웠다는 얘기다.

당초 정부는 지난달 '8월 고용지표'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9월 지표에서는 고용 충격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지난달 고용지표가 호전된 것은 재정일자리를 필두로 한 공정행정 일자리 증가와 60대 이상 고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자·자동차 등 제조업 고전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 5만1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서비스업에서 37만4000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 그 중에서도 정부의 재정일자리가 상당수인 공공행정 분야 가입자가 18만1000명 늘어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자동차 -9300명, 전자통신 -9900명 등 주력산업 일자리가 대거 사라졌다.

서비스업 일자리는 지난 4월 이후 증가폭을 키워가고 있다. 코로나19가 고용시장을 강타했던 지난 4월 전년동월 대비 19만2000명 증가에 그쳤으나, 5월 +19만5000명, 6월 +22만7000명, 7월 +23만7000명, 8월 +31만4000명에서 지난달 37만4000명까지 늘었다. 이런 배경에는 8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극복 희망일자리 사업' 등 정부 일자리 사업 영향이 가장 컸다. 이런 일자리가 대거 속해있는 공공행정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7월 +4만3000명에서 8월 +13만3000명, 지난달에는 18만1000명까지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지난달 음식·숙박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고위험 집합시설로 지정돼 사실상 영업을 제대로 못했던 음식점업에서만 1만5000명이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실업급여 5개월 연속 1조원대

평소에 모아둔 고용보험료로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5개월째 1조원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166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7월 1조1885억원에 근접했다. 실업급여 수급자 수도 지난달 69만8000명으로 지난 6월(71만1000명) 이후 70만명 선에 머물러있다.

올들어 지급된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8조9857억원이다. 정부가 올해 실업급여 기금 외에 3차, 4차 추경을 통해 확보해놓은 실업급여 예산은 13조1000억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고용센터 근무일수가 전년 동월에 비해 이틀이 많았고, 정부의 보장성 강화와 함께 음식·숙박업의 고용상황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며 "공공행정업을 제외한 대면 서비스업의 실제 고용충격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