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성역화된 노동법”을 언급한 이후 노동개혁 이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현행 노동법의 문제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고의 경직성, 근로시간 규제 등 크게 세 가지다. 정부의 친노조 정책으로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기득권이 강화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해져 이를 극복하려면 취약계층 보호와 함께 노동시장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노동유연성을 높이고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취지다.

현행 노동법 조항 가운데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은 인력 운영의 경직성이다. 기업이 무너질 정도로 경영이 어렵지 않고서는 근로자를 내보낼 수 없고, 심지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도 불가능한 근로기준법(24조)이 대표적이다. 근로기준법 24조는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노조의 동의 없이는 해고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신규 채용 여력이 떨어지고, 노조가 조직된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와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간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만 처벌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서는 개념조차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노조 활동을 방해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반면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규제 조항이 없다. 이렇다 보니 노조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사용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경영계의 하소연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도 문제다. 정부는 2018년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주 52시간 근로제를 확대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를 적용받지 않는 특례업종도 기존 26개에서 운송업, 보건업 등 5개로 줄였다. 그러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은 손도 대지 않았다. 일이 많을 때는 근로시간을 늘리고 적을 때는 줄여 평균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 맞추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는 국회에서 1년 넘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경영계에서는 연구소와 게임회사 등에 대해서만이라도 주당 근로시간 제한이 없는 선택근로제를 확대 적용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1953년 제정된 과거 공장근로자 보호를 위한 노동법 체계를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며 “취약계층 보호와 양극화 해소를 외치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지지 기반인 기득권 노조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