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매출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81%가량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0.1% 법인의 세 부담 비중도 62%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7일 국세청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상위 1%인 7874개 기업이 낸 법인세는 54조1542억원으로 2018년(48조2187억원)보다 12.3%(5조9355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법인세 부담세액에서 상위 1% 기업의 법인세 비중도 78.4%에서 80.6%로 증가했다.

상위 1% 기업의 법인세 비중은 2010년(76.5%)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2016년(75.5%)부터 매년 상승해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위 0.1%의 법인세(42조170억원)가 차지하는 비중도 62.5%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상위 0.1% 법인의 세 부담 비중은 2010년 53.7%에서 10년 만에 9%포인트가량 커졌다.

2010년 이후 상위 기업이 낸 법인세액은 급증했다. 상위 1% 법인의 부담세액은 2010년 22조6375억원에서 지난해 54조1542억원으로 139.2% 늘었다. 같은 기간 상위 0.1% 법인의 부담세액도 15조8938억원에서 42조170억원으로 164.4% 증가했다. 2017년 이후 반도체기업의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2018년부터 법인세 과세표준에 3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돼 상위 기업의 법인세액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다. 상위 0.1% 법인의 매출은 2010년 1958조원으로 전체 법인 매출(3580조원)의 54.7%였다. 이 비중은 매년 감소해 지난해 50.2%로 줄었다.

상위 1% 법인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상위 1% 기업의 매출이 전체 법인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10년 71.8%(2571조원)에서 2019년 68.8%(3550조원)로 축소됐다. 매출만 놓고 보면 대기업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는 셈이다.

양 의원은 “고질적인 기업의 양극화와 역진적 세 부담 구조가 완화되는 추세”라며 “효과적인 재정 운용과 기업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정된 세수입을 바탕으로 기업에 필요한 조세지출이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