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83곳 중 14%가 매물

29년 만에 공장 2배로 '포화'
건축허가 감소폭 IMF 이후 최대
레미콘 공장 가동률 23%로 급감

원자재·운송비 급등 '직격탄'
올 들어 전국에서 150여 개 공장이 매물로 나오는 등 레미콘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부산·경남 지역 레미콘 운송노동자 총파업으로 공장에 멈춰 서 있는 레미콘 믹서트럭.  /연합뉴스

올 들어 전국에서 150여 개 공장이 매물로 나오는 등 레미콘업계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부산·경남 지역 레미콘 운송노동자 총파업으로 공장에 멈춰 서 있는 레미콘 믹서트럭. /연합뉴스

“빨리 공장을 파는 게 그나마 폐업을 막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충북 청주에서 레미콘 회사를 운영하는 윤모 사장은 “레미콘업계는 지금 공황 국면”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레미콘 업체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2002년 직접 회사를 차린 그는 회사 매각을 고려 중이다. 건설경기 침체로 레미콘 수요는 바닥 수준인 반면 원자재 가격과 레미콘 운송비가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돼 더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7일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전국 레미콘 공장 1083곳 가운데 150개(약 14%)가량이 올 들어 매물로 나왔다. 2017년 이후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속화된 가운데 레미콘 운송비 등 비용이 급격히 늘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양회조차 적자에 시달리는 지역의 레미콘 공장을 정리키로 하고 경남 김해와 경북 포항 레미콘 공장 매각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전·충남에만 매물 30여 개
레미콘 차 잘 안보인다 싶더니…"국내 업체 절반이 폐업 기로"

대전·세종·충남에선 올 상반기에만 레미콘 공장 30여 개가 매물로 쏟아졌다. 이 지역 중소 레미콘 업체(104개) 세 곳 중 한 곳꼴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세종시 조성을 계기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이 지역 레미콘 공장이 대거 생사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김영석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이면 전국 레미콘 업체 중 절반 가까이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미콘은 제조 후 90분 이내에 타설하지 않으면 굳어져 쓸 수 없게 된다. 건설회사는 레미콘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레미콘이 필요한 시기와 수량 등을 미리 정해 공장에 주문한다. 레미콘 업체 실적이 건설경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통하는 이유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991년 484개였던 전국 레미콘 공장은 1999년과 2006년을 제외하곤 꾸준히 늘었다. 레미콘 공장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1083개로, 29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레미콘 연간 생산능력은 같은 기간 3.8배로 불어 지난해 6억3254만㎥를 기록했다.

반면 전국 건축허가 면적은 2016년 이후 4년째 감소세다. 지난해 전국 건축허가 면적은 1억4429만2000㎡로, 전년(1억6096만4000㎡) 대비 10.4% 줄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20.8%)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전방산업인 건설 업황이 가라앉으면서 지난해 전국 레미콘 출하량도 1억4700만㎥로, 전년 대비 5.5% 줄었다. 레미콘 공급 시설은 느는 반면 수요는 줄면서 지난해 레미콘 공장 가동률은 23.3%까지 떨어졌다.
운송사업자 파업 ‘직격탄’
이런 상황에서 거듭된 레미콘 운송사업자들의 파업은 업계에 직격탄이 됐다. 대부분 레미콘 업체는 지입차주인 레미콘 운송사업자와 직접 운반 계약을 맺고 있다. 매년 레미콘 운송사업자 상조회와 협의해 운송비를 5~6%씩 올려왔다.

올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 레미콘 운송사업자가 15~20% 수준의 급격한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등 집단 행동에 나섰다. 레미콘업계는 “레미콘 출하량 감소로 급격한 인상은 어렵다”며 버텼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지역 건설현장에 타격을 주자 울며 겨자 먹기로 운송사업자의 요구를 결국 수용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엎친 데 덮친 격
레미콘 원자재 가격도 뛰었다. 레미콘 중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모래 가격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해양생태계 보호를 위해 2017년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서해 연안에서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서해 EEZ에서도 바닷모래 채취를 막았다. 이 여파로 2016년 2928만㎥였던 바닷모래 채취량은 2018년 31만4000㎥로 급감했다.

한국골재협회에 따르면 부산·울산·경남의 모래 가격은 2017년 1월 ㎥당 1만2000원에서 지난해 중순 2만5000원으로 뛰었다.

구자영 경인레미콘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설비 규모가 크고 땅값이 비싼 수도권 레미콘 업체는 담보력이 있어 조금 더 버티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방 중소 레미콘업계에선 공장 매물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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