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경DB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경DB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명목 기준금리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가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실질 기준금리는 명목 기준금리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값으로 가계·기업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기준금리 수준이다. 이처럼 실질 금리가 내려갈수록 현금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부각된다.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금리↓...현금 쥐어봤자 손해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연 -1.4%였다. 2017년 10월(-1.4%) 후 가장 낮았다. 지난달 한은 기준금리(연 0.5%)에서 향후 1년 동안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보여주는 기대 인플레이션율(1.9%)을 뺀 수치다.

실질 기준금리는 지난해 9월 연 -0.3%, 12월 -0.5%, 올해 2월 -0.5%로 -0%대를 유지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해 9월 사상 처음 1%대로 떨어지는 등 저물가 양상이 굳어진 영향이다. 하지만 올 들어 기준금리가 연 1.25%에서 연 0.5%로 내려갔다. 여기에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농·수산물 가격 급등에 따라 지난달 1.9%를 기록해 올들어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실질 기준금리도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를 나타내며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던 만큼 체감금리 하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실질 기준금리가 낮을수록 현금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현금을 쥐고 있어봤자 손에 쥐는 이자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자소득세(15.4%)까지 내야해서 현금을 보유한 가계·기업이 느끼는 기회비용은 보다 커진다. 현금 대신에 부동산 등 자산을 확보하거나 소비·투자 유인이 커진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가계·기업은 소비·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가계·기업 심리도 지난달 움츠러들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 8월에 비해 8.8포인트 내린 79.4로 집계됐다. 지난 4월 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한 것으로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 역시 다섯 달 만에 다시 나빠졌다. 전체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64로 전달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체감금리 떨어질수록 아파트값 올라

서울 집값 고공행진 이어가나…실질 체감 금리 3년래 최저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소비·투자보다는 가치가 부각된 자산 시장이 현금을 빨아들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년 동안 자료를 보면 실질 금리가 떨어질수록 부동산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9월~2020년 9월 사이에 실질 기준금리는 연 -0.3%에서 연 -1.4%로 1.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서울아파트매매가격지수(KB부동산)는 100.7에서 112.3으로 11.5% 뛰었다.

그만큼 자산거품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분기별 주택가격 상승률(KB부동산 기준)에서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뺀 결과를 보면 올 1분기에 2.9%포인트, 2분기에는 1.8%포인트로 집계됐다. 올 1분기 수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6년 4분기(5.3%포인트) 후 가장 높았다. 이 수치가 0%포인트보다 높을수록 주택가격 상승 속도가 국민소득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과 주식 가격이 경기 펀더멘털(기초체력) 수준에 견줘 과열양상을 보이는 등 실물·금융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