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경우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 직후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원화 가치는 상승) 114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글로벌 외환시장도 바이든 당선을 염두에 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당선, 미·중 갈등 새국면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5원40전 내린(원화 가치는 상승) 1158원에 거래 중이다. 이대로 마감하면 지난달 21일(1158원) 후 9거래일 만에 1150원대에 진입하게 된다. 이날 환율이 급락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 3일 만인 이달 5일(현지시간) 오후 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한 영향이 컸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달러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꺾인 것이다. 미국의 경기부양책 타결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미 정부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지난 주말에 부양책 입장차이를 좁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65.83포인트(1.68%) 오른 2만8148.64에 장을 마쳤다.

여기에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미국 컬럼비아대 응용통계학센터 측과 협업해 마련한 자체모델 예측치를 보면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확률은 5일(현지시간) 기준 89%로 나타났다. 바이든이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달러는 약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갈등이 보다 완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도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바이든 집권에도 미국의 중국 압박은 이어질 것이지만 접근 방식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우선주의를 앞세운 대중 압박전술을 이어갔지만 바이든 후보는 협상을 통해 보다 유연하게 대중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국도 위안화 절상과 시장개방 등으로 화답하면서 미·중 갈등완화에 노력할 공산이 높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보다 절상할 경우 위안화와 연동되는 원화가치도 덩달아 강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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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정씀씀이 확대에 달러가치 약세


바이든 후보가 강력한 부양책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높다. 그는 대선 기후변화에 대응해 임기 4년 동안 2조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의 대선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제조업 공급망 확충에 4년 동안 70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겨 있다. 5차 경기부양책 규모를 놓고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 보다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주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후보 당선후 재정 씀씀이를 더 늘릴 경우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동시에 달러가치는 약세 압력을 받게 된다.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그동안 '트위터 정치'를 통해 좌충우돌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사라진다. 그만큼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금융시장에는 긍정적 재료가 될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달러가 꾸준히 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도 바이든 후보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가치를 나타낸 달러인덱스는 지난 5일 93.493으로 전날에 비해 0.44% 떨어졌다. 지난달 25일 94.682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에도 추세적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이 당선될 경우 약(弱)달러 흐름이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도 큰폭의 내림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상현 연구위원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고려할 때 1100원 초반 수준으로 가기는 어렵지만 1140원까지 하락할 여지는 있다"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이 1140원선에 진입한 것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해 4월23일(1141원80전)이 마지막이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