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지플레잉과 도보배달 손잡은 파리바게뜨.
엠지플레잉과 도보배달 손잡은 파리바게뜨.
도보배달 대행 전문기업 엠지플레잉이 유통업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하는 사람이 늘면서 주택지 인근 근거리 배달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부업을 하고 싶은 30~40대 주부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설립 1년여 만에 배달원 1만 명을 확보했다. 파리바게뜨와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이 신생회사와 손을 잡았다. 이 회사로부터 배달서비스 지원을 받는 점포는 연내 2만 개를 넘길 전망이다.

주부 배달원이 60%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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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지플레잉을 설립한 김규영 대표(사진)는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현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을 포함해 20년 넘게 IT업계에서 일했다. 몇 년 전부터 팽창하던 중국 배달 서비스 시장을 보고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그는 국내에서도 오토바이 배달만으로는 배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3월 직원 5명으로 도보배달 대행업에 도전했다.

첫 파트너는 파리바게뜨. 지난해 7월부터 파리바게뜨의 서울 노원 지역 10개 매장에서 도보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처음 배달원은 50명 수준. 서비스명은 ‘도보배달60’이었다. 건강한 사람이면 누구나 60분 안에 빵과 케이크를 걸어서 배달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처음에는 정년퇴직한 60대 이상 장년층을 주요 타깃층으로 삼았다.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현재 1만3000여 명에 달하는 도보 배달원 중에서 60% 이상은 30~40대 주부가 차지하고 있다. 60대 이상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자녀를 등교·등원시킨 30~40대 주부들이 짬을 내 도보배달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대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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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후 30분 내 배달

엠지플레잉은 직선 거리 1㎞ 이내 배달 주문만 처리한다. 도보배달원은 전용앱(모두의콜)을 통해 주문을 받아서 움직인다. 점포에 들러 물품을 수령하고 배달을 완료하는 데 총 거리 2㎞를 넘지 않는다. 대부분의 주문이 30분 이내에 처리가 가능한 이유다. 여러 건의 주문을 한 번에 처리하는 오토바이 배달보다 처리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

배달비는 건당 2000원 수준(3.3% 세금 공제)으로 이륜차 배달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김 대표는 “가까운 거리는 배달비가 저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비스를 기획했다”며 “직업 배달원보다 부업으로 건강과 용돈을 한꺼번에 잡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등록 배달원 수는 지난 1년간 폭발적으로 늘었다. 출시 6개월 만인 올해 초 3000명을 돌파한 데 이어 7월에는 1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 강북에 한정됐던 배달 지역도 올 들어 수도권, 전국 순으로 넓어졌다.

유통 대기업에서 러브콜

엠지플레잉의 문을 두드리는 유통 대기업은 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배스킨라빈스 등 전국 3000여 개 점포가 도보배달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이달부터 서울 지역 1000개 점포에서 단계적으로 도보 배달을 도입하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국 CU 점포는 1만3820개(지난해 말 기준)에 달한다.

패스트푸드 업체, 헬스&뷰티(H&B)스토어 등도 서비스 도입을 논의 중이다. 엠지플레잉 관계자는 “올 들어 배달 주문이 늘면서 오토바이 배달원이 소화하지 못하는 근거리 주문도 많다”며 “화장품 등 가벼운 상품을 중심으로 도보배달을 검토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