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기술력이 비결

고급형 '스냅드래곤 875' 이어
중상급 AP '750' 물량 따내

TSMC가 취약한 틈새 공략
세계 유일 8나노 공정으로 생산

패키징 기술 경쟁도 한발 앞서
삼성전자가 미국 퀄컴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물량을 연이어 수주하고 있다. 퀄컴의 차세대 프리미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75’에 이어 중상급 제품인 ‘스냅드래곤 750’ 파운드리 계약도 따냈다. 최대 경쟁 업체인 대만 TSMC가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개척해 대규모 기술 및 시설 투자와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비결로 꼽힌다.
TSMC 약점 파고든 삼성…퀄컴의 핵심 AP '릴레이 수주'

중상급 5G AP 8㎚ 공정에서 생산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퀄컴에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용 AP ‘스냅드래곤 750’을 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 공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주 규모나 금액은 비공개여서 알 수 없다”며 “TSMC를 제치고 잇따라 퀄컴 물량을 따낸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AP는 데이터 처리, 통신 등을 담당하는 반도체로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린다. 스냅드래곤 750 AP는 퀄컴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중상급 제품이다. 중국 샤오미와 삼성전자의 중급 5G 스마트폰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도체 생산 공장이 없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업체)인 퀄컴은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업체에 생산을 나눠 맡긴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TSMC를 제치고 퀄컴의 핵심 AP를 수주하고 있다. 차세대 프리미엄 AP ‘스냅드래곤 875’(가칭)를 최신 5㎚ 극자외선(EUV)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TSMC의 허점을 파고든 틈새시장 공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팹리스들은 그래픽처리장치(GPU), AP 등 제품 종류와 생산비,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운드리업체와 공정을 정한다.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회로선폭(반도체 전류 흐름을 조절하는 게이트 간격) 8㎚ 공정을 가동 중이다. 대당 2000억원 수준인 EUV 노광장비를 쓰기 때문에 생산비가 비싼 7㎚ 공정을 활용하지 않고도 10㎚대 공정에서 생산되는 칩보다 작고 전력 효율성이 높은 제품을 원하는 고객사를 공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키징 기술 경쟁에도 뛰어들어
꾸준한 기술투자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TSMC와 대등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1년에 5조~10조원 규모 자금을 파운드리 장비를 사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다. 이 결과 삼성전자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등 전통의 강자들을 끌어내리고 이 분야 세계 2위(3분기 점유율 17.4%)에 올라 있다. TSMC와 10㎚ 미만 초미세공정에서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꼽힌다.

최근엔 패키징 기술력 향상에도 적극 나섰다. 패키징은 반도체를 배치하고 연결하는 반도체 후공정이다. 파운드리업체는 패키징 같은 후공정 서비스도 고객사에 제공한다.

보통의 패키징 공정에선 중앙처리장치(CPU) 등 연산을 하는 로직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한 칩에 양옆으로 배치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로직과 메모리 반도체를 위아래로 배치하는 ‘3D 패키징’과 상·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는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을 담은 ‘엑스큐브’ 공법을 공개했다. 전체 반도체 면적을 줄이면서 고용량을 구현할 수 있고, 데이터 전송 속도도 높일 수 있다. TSMC 역시 3D 패키징 기술 ‘SoIC’를 개발 중이지만 삼성전자보다 상용화가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의 대규모 주문으로 TSMC가 다른 업체의 생산 일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등도 삼성전자에 긍정적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팹리스들이 ‘복수 밴더’ 전략을 쓰면서 TSMC와 삼성전자를 경쟁시키고 있는 상황”이라며 “TSMC가 아직 우위지만 삼성전자도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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