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8월 5대 은행 기업대출 보니

대기업 '급한 불' 껐지만
코로나에 中企는 여전히 경영난

정부 "운영자금 대출 당분간 확대"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운전자금을 끌어모았던 대기업들이 최근 넉 달간 은행권에 5조원을 갚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은 10조원을 추가로 얻어 썼다. 운전자금은 근로자 임금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돈으로 은행은 시설 투자에 사용하는 자금과 별도 항목으로 대출해준다. 대기업은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코로나19 충격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기업 '급전대출' 5조 줄일 때 中企 10조 늘려

지난 8월 중기 운전자금 대출 230조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의 대기업 운전자금 대출은 8월 말 현재 49조165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최대치(53조8654억원)를 기록한 이후 넉 달 만에 4조7000억원 감소했다. 대기업 운전자금 대출은 1월 41조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6월부터 49조원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수요는 계속 늘어났다. 대기업과 달리 4월 이후에도 10조원가량 더 불었다.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은 4월 220조2858억원에서 8월 230조5949억원까지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이 3월 88조원에서 6월 97조원으로 증가했다”며 “이를 감안하면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 증가 규모는 더욱 클 것”이라고 했다.
급한 불 끈 대기업, 허덕이는 중소기업
대기업이 은행권 대출을 갚을 수 있었던 배경은 채권시장 정상화 영향이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자본 시장이 경색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기업들까지 만약을 대비해 대출 규모를 키웠다”며 “4월 들어 채권 발행시장이 안정세를 띠면서 신용이 좋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돈을 마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은행 대출 이외에 다른 자금 창구가 없는 중소기업을 위해 운전자금 대출을 더 풀어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8조원 더 늘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낮은 금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시중은행이 지원 대상 기업에 저리로 대출해주면 한은이 대출 금액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신규 투자보다 당장의 경영 안정을 위해 대출받는 수요가 대부분”이라며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시설자금 대출은 증가세
대기업은 운전자금 대출 규모를 줄이고 시설자금 대출을 늘렸다. 시설자금 대출은 공장 신·증축 및 개보수, 부지 매입과 기계 구입 등 설비 투자 때 받을 수 있는 대출이다. 5대 은행에서 받아간 시설자금 대출은 4월 30조3548억원에서 8월 31조7312억원으로 1조4000억원 증가했다. 운전자금보다 장기간 저리로 빌릴 수 있어 수요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중소기업도 같은 기간 시설자금 대출이 233조1376억원에서 240조9801억원으로 약 7조8000억원 늘었다.

운전자금 대출에 비해서는 증가율이 낮았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6대 은행 기준으로는 이 같은 흐름이 더 명확하다. 지난 2분기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은 약 35조원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시설 대출은 12조원 느는 데 그쳤다. 중소기업에서는 운전자금 대출 수요가 시설자금 대출 수요보다 세 배가량 높았다는 얘기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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