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물가지수가 석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농산물뿐 아니라 공산품 가격도 뛰는 데다 일부 소비지표가 살아나고 있어 경기가 바닥을 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는 데다 소비가 여전히 부진해 회복을 점치기는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많다.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3.19(2015년 100 기준)로 전달에 비해 0.5% 상승했다. 지난 6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생산자물가는 생산자가 시장에 공급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도매물가로 통상 한 달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농산물 가격이 전달에 비해 16% 뛰면서 생산자물가를 밀어올렸다. 지난여름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에 태풍까지 찾아오면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든 영향이다.공산품 물가도 0.2% 올랐다. 석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금속제품과 석탄·석유제품 가격은 각각 1.6%, 0.8% 상승했다. 서비스물가지수는 0.3% 올랐다. 공산품 물가가 뛰자 수요가 회복되는 동시에 경기가 바닥을 지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일부 지표가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 둘째주(7∼13일) 서울 소상공인 매출은 전주 대비 19.2% 늘었다.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17.5% 줄었지만 첫째주(-36.74%)보다는 크게 개선됐다.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경기가 살아나는 것도 국내 경기에 ‘청신호’로 해석된다. 중국의 8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0.5% 늘었고, 같은 기간 산업생산은 5.6% 증가했다.하지만 일부 긍정적 지표를 놓고 경기 반등 신호로 해석하긴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시각이다. 올해 역성장이 확실시되는 데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회복이 더딜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민간소비 회복세는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진단했다.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추석을 앞두고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21일 롯데마트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사이트(KAMIS)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상(上)품 고랭지 배추 가격은 포기당 1만1600원으로, 지난해 9월 18일 전후 4~5일의 평균 가격인 5485원보다 111.5% 뛰었다.강수량 증가와 일조량 저하로 고랭지 배추의 생산수율이 30%이상 감소해 평년 기준 3.3㎡(1평)당 9포기를 수확하던 물량이 올해는 5~6포기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롯데마트는 오는 27일까지 대관령 인근 고랭지 채소단지인 안반데기에서 수확한 배추 70t을 시세보다 30%가량 저렴한 포기당 7980원에 판매한다.롯데마트 관계자는 "올해는 긴 장마와 태풍 피해로 배추 산지의 피해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장마 및 태풍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은 차별화 산지 발굴에 집중했다"고 말했다.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상추 1장에 400원꼴이에요. 메뉴에서 샐러드는 당분간 뺄 수밖에 없습니다.”서울 마포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A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지난주부터 메뉴에서 샐러드를 없앴다. 긴 장마 끝에 이어진 폭염, 태풍의 영향으로 거래하던 농장의 공급이 끊긴 탓이다.최장 장마에 폭염, 태풍 등 연이은 악재로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정과 식품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식탁물가 상승으로 주부들은 장보기가 무섭다고 호소하고, 외식업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황에다 재료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재료 조달 어려움으로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식품업체도 나오고 있다. “태풍 예보가 이어지고 있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이 더 걱정된다”고 우려한다. 金채소…열무김치 사라진 여름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무 상추 오이 열무 애호박 등 채소값이 1년 전보다 최대 187% 올랐다. 평년(최근 5년 평균 가격)과 대비해도 두 배 이상 높다. 배추 도매가격은 이날 기준 10㎏당 2만6200원이었다. 1년 전(9240원)에 비해 183.5%, 1주일 전과 비교해도 5000원 이상 비싸다. 상추 가격은 장마 피해가 극심하던 전주 대비 약 80% 내렸지만 1개월 전보다는 20%, 전년 대비로는 44.5% 더 비싸다. 양파와 대파 오이 가격도 전년 대비 각각 102.9%, 68.7%, 95.6% 상승했다.여름 김치의 주재료인 열무 가격도 1년 전보다 34.5%, 1개월 전 대비 50% 올랐다. 포장김치 국내 1위인 대상 종가집은 24일부터 자체 온라인 쇼핑몰 정원e샵에서 열무김치 판매를 한시 중단했다. 대상 관계자는 “산지 침수 피해로 열무 수확이 부진해 한시적으로 자체 몰의 열무김치류 판매를 중단한다”며 “판매 재개 시점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치를 식당에 제조·납품하는 중소업체들은 최근 김치 가격을 10~20%가량 인상했다. 외식업계 “엎친 데 덮쳐”외식업계는 더 울상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손님들 발길이 끊겼는데 필수 재료 가격까지 오르면서 휴업을 고려하는 곳이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소고기전문점에서는 점심시간 쌈채소 제공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손님들이 요청할 때만 추가 금액 1000원을 받고 있다.샐러드 전문점들도 재료 수급 문제가 심각하다. 한 샐러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공급처를 찾느라 전국을 헤매고 있지만 주문 예약만 할 수 있고 당장 배송이 어렵다는 답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농산물 시세는 올랐지만 산지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수해 복구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류 및 수확 인력 확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농어민을 돕기 위해 잇달아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섰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서울시·농림축산식품부와 손잡고 전국 38개 수해 특별재난지역의 농축산물을 싸게 파는 기획전을 다음달 13일까지 열기로 했다. 전남 나주 밤고구마, 강원 철원 파프리카, 충남 아산 쌀, 전남 함평 새송이버섯 등 100여 종이다. 홈플러스도 장마로 피해를 본 어가를 돕기 위해 구이용 삼치, 구이용 바닷장어, 붉은 대게살 등 100t의 수산물을 20% 할인해 판매하기로 했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은 “장마에서 코로나19까지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농가 상생과 식탁 물가 안정을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추석 앞둔 과일농가도 시름추석 연휴를 한 달여 앞두고 배 등 일부 과일 가격도 오르고 있다. 2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신고 특품 기준) 15㎏ 한 상자 도매가격은 5만7684원으로 1주일 전(2만6000원) 대비 121% 급등했다. 한 등급 낮은 상품도 같은 기간 2만3441원에서 3만9806원으로 70% 올랐다.문제는 추석이다. 역대 최장 기간 장마에 일조량이 부족해 과일 당도가 크게 떨어진 데다 이어지는 가을 태풍도 변수다.김보라/박종필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