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기업은행을 금융위원회와 공동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기업은행 관리·감독 권한을 둘러싼 정부 부처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다.

“중기 정책 관련 업무 승인받아야”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중기부는 “금융위가 현행 기업은행에 대한 일반적인 관리·감독 권한은 유지하되, 금융 지원을 포함한 중소기업 정책 관련 업무계획 승인 권한을 중기부에도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상 매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사업계획을 비롯해 중소기업 자금과 일반자금 계획 등 업무계획 전반에 걸쳐 금융위 승인을 받고 있다. 이런 업무 계획에 중기부 허가를 받도록 요구한 것은 사실상 주무 부처급의 권리를 주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 정책 관련 업무’로 범위를 제한했지만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의무비율이 7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지 않은 영역에서 권한을 갖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기업銀 업무 조정 논의' 불지핀 중기부
금융권에선 총자산 344조원 규모이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기업은행이 중기부 산하 기관이 되면 관치금융이 더 노골화하고, 자산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성을 고려해 기업은행 공동 관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보·생기연·KOTRA 이관도 논의

중소기업계에선 기업은행이 다른 민간은행과 영업 경쟁을 벌이며 금융위의 높은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느라 우량 기업 위주로 대출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한다. 실제 기업은행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도 4조4769억원의 이자수익을 거뒀고, 영업이익 1조880억원을 달성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등 중기부 소속 기관들과 ‘일원화’한 정책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업은행의 중기부 이관 문제는 지난 7월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 개정을 검토하면서 화두로 급부상했다. 당시 기업은행 노조의 반발로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관리·감독 권한에 대한 중기부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기업은행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기부는 여당 대표와 4선 의원을 거친 박영선 장관이 지난해 취임하면서 산하기관 이관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을 비롯해 한국생산기술연구원 KOTRA 등의 이관 논의도 갈수록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중기부로 이관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또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과 중소기업중앙회 출신인 김경만 의원도 각각 신보를 중기부가 관리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는 신보를 빼앗기지 않으려 예산 배정 등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금융위는 ‘건전성 감독권은 남겨달라’고 청와대를 막판까지 설득했지만 기술보증기금의 중기부 이관을 막지 못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