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업무 승인 권한 달라" 사실상 금융위와 '공동관리' 요구
"1400만 中企人잡아라" 정치권 표심경쟁에 이관논의 급물살
신보 코트라 생기연 등도 가세…부처간 영역경쟁 재연되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추경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중소벤처기업부가 금융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는 기업은행에 대해 “업무 계획 승인 권한을 달라”는 입장을 국회에 표명하면서 기업은행 이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사실상 기업은행을 금융위와 공동 관리하겠다는 의지라는 분석이다. 기업은행을 비롯해 신용보증기금 KOTRA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기관들에 대한 이관 논의가 21대 국회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현 정부 출범 초기 매듭짓지 못했던 각 부처간 영역 다툼이 재연될 조짐이다.
"건전성 해칠우려" VS "비올때 우산역할 못해"

중기부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기업은행 이관에 대한 입장’에서 “금융위가 현행의 기업은행에 대한 일반적인 관리·감독 권한은 유지하되, 금융지원을 포함한 중소기업 정책 관련 업무계획 승인권한을 중기부에 부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먼저 “공공기관의 주무부처 변경은 심도 있는 사전 연구와 범정부적인 합의를 통해 추진돼야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기업은행 업무 승인권을 달라며 사실상 금융위와 중기부 ‘이원적’관리체제를 제안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은행법상 연도별 업무계획에 대해 금융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 데, 업무 계획에 또 중기부 허가를 받도록 요구한 것은 사실상 주무 부처급의 권리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자금 지원 관련 업무로 범위를 제한했지만 기업은행의 중기대출 의무 비율이 70%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적지 않은 영역에서 권한을 갖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중기부 이관논의는 지난 7월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법개정을 추진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기업은행 노조 반발로 현재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다. 금융권에선 총자산 344조원 규모인 코스피 상장사 기업은행이 중기부 산하로 갈 경우 관치금융이 더 노골화되고, 건전성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도 "기업은행은 채안펀드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금융시장 안정성 측면에서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현 체제를 바꿀 요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에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다른 민간 은행과 영업 경쟁을 벌이면서 높은 건전성 기준을 맞추느라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에만 대출해주는 패턴을 보였다고 비판한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과 같은 위기 상황에도 ‘비올 때 우산’역할을 제대로 했는 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에도 4조4769억원의 이자수익과 4282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거뒀고, 영업이익 1조880억원을 달성했다. 중소기업에 융자를 해주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일부 역할이 중복되고, 중기부 산하 다른 기관과 ‘일원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열린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간편보증 협약식.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윤종원 기업은행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은행 제공

지난 4월 열린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간편보증 협약식.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세 번째)과 윤종원 기업은행장(가운데)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신용보증재단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기업은행 제공

신보 KOTRA 생기연 등 21대 국회서 이관논의 무르익어
다른 정책 기관들의 이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기업은행 이관 논의의 불씨도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선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의 99%, 종사자수의 82%인 ‘중소기업계 표심(360만개 중소기업의 1400만명)’을 얻기위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기존 금융위 산하에서 중기부 산하로 이관됐다. 금융위는 당시 기보에 대해 ‘건전성 감독권’을 쥐고, 중기부와 ‘이원적 관리체제’를 갖출 것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엔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 산하인 신보를 중기부가 공동 관리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다. 금융위는 신보를 뺏기지 않으려 예산 배정 등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 정책토론회에선 이삼열 연세대 교수가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역량을 키우기위해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을 중기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는 KOTRA 역시 대부분 수혜 기업이 중소기업이라는 점에서 중기부로 이관해야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산중위 전체회의에서 KOTRA 이관 논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막강 부처'인 금융위에 비해 중기부는 2017년 ‘청’에서 ‘부’로 처음 승격한 ‘막내부처’로 여러가지면에서 열세다. 하지만 당 대표와 ‘4선’의원 출신인 박영선 장관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이관 논의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중소기업 정책전문가는 “현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하다보니 중기부 산하 기관 이전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며 “21대 국회에 중소기업인들이 많이 입성했고, 정부의 정책도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부처 이관 논의는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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