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은행권의 ESG 채권 발행 규모가 올 들어서만 5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KB금융그룹은 금융지주 최초로 석탄 관련 사업에 투자와 대출을 중단하는 ‘탈(脫)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KB금융 ‘탈석탄 선언’

KB금융 "화력발전 투자·대출 더는 안한다"
KB금융은 지난 25일 ESG위원회에서 국내외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과 관련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및 채권 인수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모든 계열사가 참여해 탈석탄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국내외에서 석탄화력발전소 관련 정책과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탈석탄 선언은 KB금융이 지난달 발표한 ‘KB그린웨이 2030’의 일환이다. KB그린웨이 2030은 2030년까지 전 계열사의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줄이고, 현재 20조원 규모인 ESG 관련 상품 판매와 대출을 50조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석탄발전 대신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 선박·자동차 등 민간 투자사업 분야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투자 자금 조달을 위해 지속적으로 ESG 채권도 발행한다. ESG 채권은 조달금을 환경, 사회적 사업, 지속 가능성 등에만 한정해 사용하는 채권이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의 행보를 놓고 지방자치단체 금고 확보를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50여 개 지자체와 교육청은 금고 지정 과정에 ‘탈석탄’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탈석탄 선언에 전 계열사가 참여한 만큼 국민은행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서울교육청 금고 지정을 신청했다. 서울교육청은 100점 만점에 탈석탄 가산점만 5점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지자체·교육청 금고 선정이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국민은행이 60년 가까이 독점해 온 농협은행과의 2파전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착한 경영해야 선택받는다”

금융권에서는 ‘기후금융’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기후금융은 친환경 투자가 이뤄지게 하는 금융지원 체계다. 신한은행은 지난 9일 국내 은행권 최초로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새로운 거래를 할 때마다 환경·사회 영향 평가를 고려해야 하고 리스크 등급이 중간 이상이면 차주에게 리스크 해소를 위한 행동계획 준수를 요구하는 약정을 맺어야 한다.

올 들어 은행권 ESG 채권 발행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국내 6대 은행은 올 들어 5조2000억원 규모(외화표시 채권 포함)의 ESG 채권을 발행해 세 분기 만에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약 4조9500억원)를 넘어섰다.

‘미래 고객’인 젊은 층이 환경 문제에 민감한 것도 금융회사들이 ESG 경영을 가속화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종이통장과 일회용품을 줄이는 등의 작은 노력도 젊은 층에는 은행을 신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환경 문제 변화에 있어 금융이 앞장설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