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21일 ‘격화되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 한국 반도체 기업의 위기 돌파 방안’을 주제로 ‘한경 웨비나’를 열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모니터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사회자),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경종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예교수,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등 네 명의 패널이 비대면 방식으로 토론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21일 ‘격화되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 한국 반도체 기업의 위기 돌파 방안’을 주제로 ‘한경 웨비나’를 열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모니터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사회자),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경종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예교수,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등 네 명의 패널이 비대면 방식으로 토론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미·중 충돌은 안보 문제로 위장한 경제패권 다툼입니다.”(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 “중국의 국산화 속도가 빨라져 한국 기업의 타격이 예상됩니다.”(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격화되는 미·중 기술 패권 전쟁, 한국 반도체 기업의 위기 돌파 방안’ 웨비나(웹+세미나)가 지난 21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열렸다. 안현실 한경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웨비나에는 경종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예교수, 안기현 상무,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 황철성 교수 등 반도체 전문가들이 토론자(패널)로 참가했다.

토론자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강대국 간 패권 다툼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을 높이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안보 이슈 이면에 있는 ‘경제 패권’ 경쟁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국 대선 이후에도 화웨이 제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로 미국이 중국 반도체산업의 약진을 저지하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는 점을 들었다. 황 교수는 “중국 견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준비됐다”며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 같은 미국 산업계 리더들과 대학교수 30여 명을 모아 중국에 대한 견제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이 화웨이를 넘어 중국 반도체산업 전체로 확산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연 위원은 “중국 반도체산업 전체를 타격하면 미국 장비업체 수출이 급감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반면 경 교수는 “미국이 철저하고 근원적인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의 지속에 무게를 뒀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선 ‘불확실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론 (중국이) 성공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했다. 황 교수는 “5년 전 10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도 못하던 중국이 지금 14㎚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하고 있다”며 “중국 최고 인재가 반도체산업에 집결해 있기 때문에 2~3년 뒤면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연 위원은 “지난 16일 중국이 ‘민영경제 통일전선’을 발표하며 민간자원 총동원령을 내렸다”며 “반도체 굴기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중국의 기술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4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둘러싼 미·중 간 충돌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 위원은 “중국은 반도체 개발을 냉전 시기 핵 개발에 비유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 상무는 “끝나지 않을 전쟁 같다”고 말했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의견에는 온도차가 있었다. 연 위원은 “미국 편을 들고 있는 일본 사례를 참고하며 대응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정부에 기대기보다 ‘자력생존’을 위한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 교수는 “한국 기업이 자신감을 갖기 위해선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며 “정부는 큰 그림과 큰 원칙을 제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