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사장 "GM 본사, 정상적 상황 아니라고 인식"

노조, 이 와중에 파업 준비
"한국GM 노사갈등 계속되면 美본사가 부평공장 문 닫게 할 것"

“현재의 노사 갈등이 계속되면 GM 본사는 한국 공장을 멈춰 세울 것입니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사진)은 최근 “노조는 GM이 계속 한국에 머물 것이라고 확신하는데, 그건 정상적인 노사관계가 전제됐을 때 가능한 얘기”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자동차업계 고위관계자는 전했다.

카젬 사장은 “미국 본사의 시각에서 한국GM의 현 상황은 우려스러운 수준을 넘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한국GM은 최근 노조에 인천 부평2공장에 신차를 배정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이르면 2022년 부평2공장이 폐쇄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 와중에 파업 준비하는 노조
카젬 사장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노사 갈등이다. 그는 “GM이 2028년까지 한국GM의 자산 또는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경남 창원공장에 총 8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노조는 이를 무기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한다. 노조는 GM 본사가 이미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만큼 한국에서 철수하기 힘들 것으로 예단하고, 무리한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젬 사장은 이런 인식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의 무리한 행보가 계속되면 기존에 약속한 투자계획과 무관하게 국내 사업을 중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을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올리고, 2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2014년 이후 매년 영업손실을 내고 있는 데다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국내 1위 업체인 현대자동차 노사도 기본급을 동결하기로 했는데도 한국GM 노조는 막무가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파업까지 강행할 기세다. 노조 지도부는 지난 1~2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했고, 노조원 80% 이상이 찬성했다. 24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한국GM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했다.
"한국GM 노사갈등 계속되면 美본사가 부평공장 문 닫게 할 것"

노조가 회사의 증산 계획에 반발해 공장을 멈춰 세우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트랙스)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자 회사는 생산량을 시간당 28대에서 32대로 늘리기로 했는데, 2공장 노조는 “업무량이 과중해진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라인을 세워버렸다. 이 때문에 부평2공장의 라인 가동이 이틀간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노조의 행동은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GM 본사는 여러 차례 부평2공장을 폐쇄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해왔다. 최근엔 노조에 “부평2공장 활용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신규 차량의 경쟁력 확보와 효율적 가동에 적합하지 않다고 확정했다”고 못 박았다. 회사 관계자는 “당분간 신차를 배정할 수 없다는 의미”라며 “향후 노사관계와 생산성 향상 여부,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신차를 투입할 수 있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GM 임원 최대 기피처”
카젬 사장은 “GM 본사는 기업을 옥죄는 한국의 제도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최근 GM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카젬 사장 후임자가 되면 범법자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카젬 사장이 지난 7월 ‘불법 파견’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출국금지 상태에 처하자 한국은 GM 임원들이 가장 꺼리는 부임지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카젬 사장은 “해외에서는 파견근로 등 근무방식을 규제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데, 한국에서는 불법이 된다”며 “GM 본사에서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여러 차례 되물을 정도로 이 사안을 의아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정말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젬 사장은 2017년부터 24개 협력사에서 근로자 1719명을 불법으로 파견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과거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조립작업 일부를 하도급업체에 맡겼고, 법은 전혀 바뀐 게 없는데도 법원의 판단은 달라졌다”며 “뒤늦게 사장을 기소하고 출국을 금지시키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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