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생활가전기업 쿠쿠가 베트남 등에서 작년에 비해 최대 두 배나 늘어난 매출을 올렸다. 비결은 ‘현지화 밥솥’이다.

23일 쿠쿠에 따르면 이 회사 미국 판매법인의 지난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44% 늘어난 41억5051만원이었다. 또 베트남법인 매출은 같은 기간 121% 증가한 8억5716만원을 기록했다. 쿠쿠전자 전체 해외법인 매출은 이 기간 233억5529만원으로 34% 불어났다.

쿠쿠의 미국 실적 성장을 견인한 건 현지인의 조리 취향에 맞춘 밥솥이다. 쿠쿠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 볶음이나 찜을 할 수 있는 멀티쿠커가 서구권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기존 밥솥에 멀티쿠커를 결합한 현지화 밥솥을 생산했다. 이 회사가 수출한 조리시간 단축형 모델 ‘IH전기압력밥솥’은 미국 넷플릭스의 인기 요리프로그램 ‘더 셰프 쇼’에 소개되며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렌털 법인을 설립해 한인 식당 등을 상대로 렌털업을 시작했다. 방문판매 위주로 운영되는 쿠쿠 미국렌털 법인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70% 증가했다.

2018년 11월 설립한 베트남 법인도 코로나19 사태에도 선전하고 있다. 쿠쿠는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밥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고 오프라인 브랜드숍을 여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쿠쿠 브랜드숍은 이달 2호점을 냈다. 쿠쿠는 자체 유통·공급·판매망을 올해 말까지 베트남 전역에 구축한다.

쿠쿠가 최근 강화에 나선 것은 위생 관련 제품군이다. 쿠쿠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정수기와 비데 수요가 급증한 미국에 해당 제품군 공급을 늘렸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공기청정기와 정수기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쿠쿠 관계자는 “미세먼지 문제가 국내 못지않은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청정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고려해 공기청정기를 베트남 내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