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공업은 제조업이라는 틀을 깨고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으로 가고 있습니다.”(원유현 대동공업 총괄사장·사진) 국내 1위 농기계 회사인 대동공업이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진화’를 선언했다. 창사 73년 만에 가장 큰 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ICT 도입으로 변화에 시동대동공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된 지난 상반기에 오히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연결 기준 매출 4920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4% 증가했다.원유현 사장은 “지난 73년 동안 쌓은 생산 노하우를 발휘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중단 없이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 확산 이전부터 일하는 방식을 바꿔 빠른 의사결정을 내린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취임한 원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해 일하는 방식을 바꿔나갔다. KT 미래융합사업추진실에서 일했던 원 사장의 눈에 대동공업은 일사불란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장점은 있지만 유연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보였다.그는 “지난 1월 기업문화팀을 신설한 뒤 서울사무소를 리모델링했다”며 “1인당 사무실 공간을 절반으로 줄여 회의실을 확보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해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했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화상회의 시스템 덕분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월 이후 대구공장과 서울사무소, 경남의 창녕연구소는 화상회의로 중요한 안건들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북미시장 공략 ‘성과’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에 자리잡은 대동공업 공장은 정상 가동을 이어갔다. 대구 인근의 부품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고, 코로나가 빠르게 퍼진 중국 인도 등에서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 회사는 오랜 노하우를 통해 충분한 재고를 확보했다. 존디어 등 글로벌 농기계업체들이 셧다운으로 생산을 중단한 가운데 대동공업은 북미법인 발주 물량을 차질 없이 맞출 수 있었다.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대동공업 북미법인인 대동USA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이 결과 대동USA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5% 증가한 1999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회사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대동공업은 북미시장에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온 기존 전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존디어, 구보타 등 글로벌 거대 농기계업체가 선점하고 있는 중대형 시장 대신 20~30마력 트랙터라는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원 사장은 “현재 16% 수준인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금융지원 등으로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봄부터 가을까지 집중되는 매출의 계절성을 극복하기 위해 호주 등 남반구 국가로의 수출을 강화한다. 독일을 시작으로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에도 딜러망을 구축해 본격적인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스마트 모빌리티·스마트팜 추진대동공업은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원 사장은 “농업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잠재력이 큰 분야”라며 “대동공업의 상품과 서비스 가치를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과 결합해 고도화하겠다”고 했다. 농기계는 이앙기를 시작으로 자율주행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농기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제한된 공간에서 운용하기 때문에 변수가 적어 자율주행을 적용할 수 있는 폭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위치정보 확인, 시즌별 맞춤형 서비스 등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장기적 목표를 세웠다.이 같은 변화는 스마트 모빌리티와 스마트팜이라는 미래 사업과 연결된다. 대동공업은 농기계뿐만 아니라 골프 카트, 운반기, 잔디깎이 등도 생산하고 있다. 원 사장은 “우선 스마트 농기계를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특수목적차량까지 스마트화할 것”이라며 “향후 퍼스널 모빌리티 산업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에서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마트팜을 실현하는 게 장기적인 청사진이다. 농기계 등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토양 등 환경과 농업 패턴을 분석, 최적의 생산량을 끌어내는 시점과 농업 형태를 알려주는 방식이다.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식물은 섭씨 18~30도, 습도는 30~70%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생육기엔 질소, 열매를 맺을 땐 인과 칼륨 성분이 필요해요. 지하철역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기 때문에 빛만 있으면 오히려 지상보다 생육 조건이 좋아요.”국내 최대 전시업체(메쎄이상)와 중견 철강업체(황금에스티·유에스티 등) 등을 계열사로 둔 ES그룹의 김종현 회장(59·사진)은 기자와 만나자마자 농업 이야기부터 꺼냈다. 26일 서울 상암동 ES그룹 회장실에서 가진 인터뷰 자리에서다. 예상 밖이었다. 주요 계열사의 핵심 사업과 관련이 없는 데다 김 회장의 전공(한양대 기계공학과, 미국 조지아공대 석·박사)과도 거리가 있는 분야여서다.5년 전 미국 뉴욕 출장이 김 회장을 ‘농업 마니아’로 바꿔놨다. “뉴욕에 가 보니 건물 옥상마다 농장을 만들어 놓고 무농약 채소를 재배해 팔고 있었어요. 그때 어렴풋이나마 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엿보게 됐죠.” 김 회장은 이후 ‘농업 비즈니스’ 연구에 본격 나섰다. 미국,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을 10여 차례 다녀오고, 해외 농업 박람회를 매년 참관하면서 농업 사업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웬만한 농업 전공자에 버금가는 농업 지식을 쌓게 됐다.농업을 공부하면서 ‘왜 한국은 농업 선진국이 되지 못했을까’ 하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김 회장은 “네덜란드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40%에 불과한데 농업 수출액은 연간 1100억달러로 한국의 15배가 넘는다”며 “한국도 네덜란드처럼 농업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네덜란드 농업의 강점으로 수경재배를 통한 생산성 극대화를 꼽았다. 그는 “한국에선 토마토 농사를 아무리 잘 지어도 ㎡당 35㎏ 이상을 생산하기 어려운데 네덜란드에선 수경재배로 평균 75㎏을 생산한다”고 설명했다.ES그룹이 지난해 스마트팜 기업 이노그린을 설립하고 농업에 뛰어든 데는 김 회장의 이런 의지가 반영됐다. 이노그린은 수경재배 방식으로 파프리카 바질 상추 등 10여 가지 채소를 재배한다. 수경재배 자체는 국내에도 이미 보급돼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대부분 하드웨어만 갖췄을 뿐 작물과 생육 조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경재배를 하더라도 기온, 습도, 조도, 영양 등의 조건을 맞춰주지 못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가 없다”며 “화학, 생물학, 전기공학까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김 회장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농업 강의에도 적극적이다. 자신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기 안산시 한국디지털미디어고에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교단에 서지 못했지만 지난해엔 한 학기에 열 차례, 20시간 수업했다. 정보기술(IT) 특성화고인 이 학교엔 1157㎡ 규모 농장도 있다. 학생들이 농장에서 키운 채소는 식당 식재료로 사용된다. IT 전공 학생에게 농업을 가르치는 것은 농업이 ‘종합 학문’이라는 김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농업은 이제 농부만 하는 일이 아니다”며 “농업에 과학과 공학 지식까지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FARM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허태웅 신임 농촌진흥청장이 "농촌소멸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한 기술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지난 15일 취임한 허 청장은 18일 오전 전북 전주 농촌진흥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3분의 1이상이 30년 후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허 청장은 농촌진흥을 위한 주요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는 재배기술, 스마트농업, 기후변화 대응 등을 꼽았다. 그는 "고된 농작업을 완화하고 생산성을 높여야한다"며 "농사는 기계가 짓고 농업인은 경영에 전념하는 형태로 농업이 진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드론과 위성을 활용한 정밀 농업을 추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증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허 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긴 장마로 농업·농촌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농촌의 소멸위기를 극복하고 '살고 싶은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경남 합천 출신으로 서울 서라벌고와 서울대 농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환경보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 정책기획관, 대변인, 유통소비정책관, 대통령 농축산식품비서관, 국립한국농수산대학 총장 등을 지냈다.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