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변속기 국산화 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산 변속기 제작업체인 경남 창원의 S&T중공업이 다시 이 문제가 장기화하지 않을까 애를 태우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국산 변속기와 관련한 국방규격을 개정한 것은 지난 7월로 개정된 국방규격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내구도 결함의 정의와 최초 생산품 검사 및 재검사 방법 등을 구체화한 것이 핵심이다.

방사청은 개정된 국방규격을 적용해 최초 생산품 검사에서 문제가 없을 경우 K2 전차 3차 양산사업에 국산 변속기를 탑재할 계획이었다.

국방규격 개정 이후 방사청은 S&T중공업 측에 ‘최초생산품 검사 추진을 위한 계약 전 양산품 품질보증활동 승인 신청’을 요구했고, 해당 업체는 관련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방사청이 신청서를 반려했는데 기품원과 ‘용역계약’을 통한 품질검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결국 S&T중공업 측은 다시 품질검사 계획서를 제출했고 상당한 시일을 허비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해당 업체는 2차 양산 내구도 시험 때의 혼란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K2전차 변속기 문제가 표면화한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K2전차 변속기가 내구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변속기 자체의 성능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업체 간 국방규격에 대한 해석이 달라 혼선이 장기화하면서 빚어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열린 제6차 방위사업협의회에서는 국방규격을 구체화 하기로 하고, 업체와 기관간 이견에 대한 판정이 어려울 경우 전문위원들로 협의체를 구성해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방사청은 이견 발생시 전문위원 협의체가 아닌 기품원이 최종 판단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S&T중공업은 K2 전차에 탑재하는 국산 변속기를 2014년 개발했다. 그러나 이 회사가 만든 국산 변속기는 내구도 시험이 문제가 되면서 2016년 K2전차 2차 양산분에 탑재하지 못했다. K2 전차 3차 양산은 국산 변속기가 탑재될 수 있는 마지막 물량으로 방사청은 오는 11월 말까지 내구도 시험이 끝나지 않을 경우 3차 양산에 국산 변속기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S&T중공업 측은 국산 변속기 탑재가 무산될 당시 자체개발비 약 270억원, 재고자산 약 400억원, 기회손실비용 약 200억원 등 87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지난 4년간 180명의 직원이 유급휴직에 들어가는 등 경영상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창원=김해연 기자 haykim@hankyung.com